SBS Biz

'노후자금 다 털렸다'…속여 팔고 세금 한 푼 안낸 기획부동산

SBS Biz 오정인
입력2024.03.13 10:30
수정2024.03.13 14:19

[국세청이 알박기·무허가건물 투기 후 세금을 탈루한 혐의자 93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안덕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13일 오전 국세청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국세청)]

#1. 경기도 화성의 한 기획부동산 법인A는 법인 명의로 취득할 수 없는 농지를 임원 B씨 명의로 취득한 뒤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취득가격의 3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300~500명에게 지분으로 쪼개어 양도했습니다. 임원 B씨는 양도차익 대부분을 분양대행수수료 명목으로 법인A에게 지급했고, 법인A는 허위 인건비 등을 계상해 관련 세금을 탈루했습니다.

#2. 2주택 보유자인 외지인 C씨는 재개발지역 원주민으로부터 등기가 되지 않은 무허가 주택 2채를 각각 1억원 가량에 매입한 뒤 그 중 1채를 4개월 뒤 6배의 양도차익을 남기며 단기 재양도했습니다. C씨는 고액의 단기 양도차익이 발생했음에도, 무허가 주택은 등기가 되지 않안 점을 악용해 국토교통부에 실거래가 신고만 하고, 양도소득세는 신고하지 않는 방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서민생활에 피해를 주는 기획부동산, 재개발 지역 내 알박기·무허가 건물 투기로 서민 주거 안정을 저해하는 탈세혐의자 등 96명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했다고 13일 밝혔습니다.

지난 2년간 주택 거래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부동산 경기는 하강하고 있음에도 시장 상황을 틈타 양도소득세 등을 탈루하는 지능적·악의적 탈세 사례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획부동산 사기 등으로 서민 경제에 중대한 피해를 입히거나, 재개발 사업 진행을 지연시키고 분양가 상승을 야기하는 알박기 행위를 통해 폭리를 취하면서 세금을 탈루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개발 가능성이 없는 땅을 지분으로 쪼개 팔면서 텔레마케터 등을 통해 투자를 유도하는 기획부동산 혐의자 23명이 확인됐습니다. 

한 기획부동산 법인은 개발 가능성이 없거나 낮은 임야를 경매 등으로 저가에 산 뒤 텔레마케터를 통해 개발 호재가 있고 소액 투자로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300~500명의 피해자를 현혹해 해당 임야를 고가에 지분 양도하도록 했습니다. 

실제 해당 임야는 개발 가능성이 없거나 낮고, 지분으로 소유함에 따라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 투자자는 투자한 돈을 사실상 전부 잃게 되는데 이들의 총 피해규모는 약 300억~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안덕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피해자 중 연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사람이 수백명, 70세 이상 고령자도 수십명에 이른다"며 "대부분 생계비 또는 노후자금을 활용해 토지를 취득한 것으로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개발 지역 알박기로 폭리를 취한 뒤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자도 23명 확인됐습니다. 

재개발 예정 지역에서 주택·토지 등을 취득한 후 알박기를 통해 시행사로부터 명도비, 컨설팅비 등을 명목으로 대가를 받았음에도 양도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특히 이들은 시행사가 개발 사업이 확정되기 전까지 높은 이자율의 브릿지론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 이자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점을 악용해 시간을 지연시키고, 폭리를 취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재개발 지역 내 무허가 건물을 투기하면서 등기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악용해 양도차익을 신고하지 않거나, 취득 자금이 불분명한 혐의자도 32명 나왔습니다. 

부실법인·무자력자 끼워넣기를 통한 악의적 탈루 혐의자는 18명이었습니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 소득이 없는 결손법인 등 부실법인이나 무자력자를 끼워넣어 저가에 양도한 뒤 단기간에 실제 양수자에게 고가에 재양도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위장해 양도소득세를 악의적으로 회피한 경우입니다.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특이 동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탈루 사실이 확인될 경우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입니다. 

안덕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기획부동산의 경우 확정 전 보전 압류 및 현금징수를 통해 조세채권을 조기에 확보하고 조세포탈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하게 조치하겠다"며 "또,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하고 있는 기획부동산은 금융조사를 통해 실소유주를 끝까지 추적해 추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오정인다른기사
'세수 펑크' 메꾸려 기금 동원…돌려막기 논란
올해도 '돌려막기'…기금 16조 더 쓰고 지자체 6.5조 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