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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쓰고 임금 낮추자고?…한은 '돌봄 대안' 도마 위

SBS Biz 오정인
입력2024.03.12 13:16
수정2024.03.12 15:40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1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가 12일 오전 한국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돌봄 서비스 인력난 해소 방안으로 외국인 노동자 활용과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안한 한국은행 보고서에 대해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반인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를 즉각 폐기하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사과하라"고 촉구했습니다. 

12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1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는 서울 중국 한국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는 돌봄서비스의 가치를 폄훼하면서 저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를 유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돌봄서비스 인력난과 가정의 돌봄문제 해결을 위한다고 하지만, 그 내용은 국제기준과 국내법마저 무시하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5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공동 주최한 '노동시장 세미나'에서는 돌봄서비스의 인력난과 비용부담 완화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한은은 돌봄서비스 인력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비용 부담도 큰 문제로 떠오르는 만큼 ▲개별가구가 사적 계약 방식으로 외국인을 직접 고용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방식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해당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본질적 문제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전적으로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데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에게 임금 차별을 두고 노동시장으로 유입하겠다는 발상은 국제적 협약과 기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에 어긋난다"고 밝혔습니다.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2022년 주요국가의 최저임금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41개 국가 중 내국인과 외국인의 최저임금을 다른 기준으로 지급하는 국가는 한 곳도 없다"며 "미국이나 일분 등 19개국이 직종이나 산업, 연령과 지역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지만 단순히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등 지급하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위원장은 "부족한 돌봄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로 채우고 싶은데 법적으로 정해진 임금은 주고 싶지 않다, 권리 보장은 해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며 "외국인 근로자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이하로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 정책은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계 역시 "오로지 비용 절감을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 협약과 국내법을 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호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인건비를 최저임금으로 고착시키고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최소의 비용으로 저품질 서비스로 전락된 지 오래"라며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사회서비스원을 중심으로 돌봄 정책을 재편하고 120만 돌봄 노동자에게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강석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도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할 기관들이 차별과 갈등을 조장해 안 그래도 열악한 노동조건에 있는 돌봄 노동자들은 더욱 저임금에 빠질 것"이라며 "돌봄 노동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5일 열린 세미나의 패널토론 참석자들도 한은의 제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권정현 KDI 연구위원은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도우미 등 돌봄 인력을 보내는 국가들은 이미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후발주자로서 외국인 돌봄 근로자들에게 매력적일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제시하면서도 외국인 돌봄 인력 확보가 가능한가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간병, 노인돌봄은 신체적 부담이 큰 일자리인데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 수준으로 외국인 돌봄 근로자가 해당 직종에서 지속적으로 일할 것을 담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는 "홍콩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한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10%p 올랐고 대졸 여성은 무려 25%p나 올랐다"면서도 "다만 경제활동 단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지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불분명하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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