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롯데케미칼 1조5천억원에 인수했던 LC타이탄 눈물의 매각설
SBS Biz 윤지혜
입력2024.03.07 14:37
수정2024.03.07 17:32
7일 투자업계와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대형 석유화학 생산기지인 LC타이탄 매각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각주관사 선정 등 공식적인 철차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대형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잠재 인수자 물색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사실 LC타이탄 매각설은 수년 전에도 나왔던 얘기입니다. 롯데케미칼 내부에서 매각을 검토했었고, 최근 다시 자산 매각 카드를 꺼내들면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LC타이탄은 롯데케미칼이 지난 2010년 기존 대주주였던 차오그룹(Chao Group)과 말레이시아정부 국가펀드 PNB로부터 인수한 곳입니다. 당시 인수가는 1조5000억원. 글로벌 빅딜로 화제를 모았고, 공격적인 투자도 이어졌습니다.
어쩌다 지금은 롯데케미칼의 구조조정 카드가 됐을까요?
LC타이탄, 2022년부터 적자 행진…효자 회사에서 한계기업으로
LC타이탄은 2010년대 중후반까지 매년 3000억~5000억원가량의 이익을 낸 효자 회사였습니다. 2017년엔 인수가에 2.5배에 달하는 4조원의 시가총액으로 현지 증시에 상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석유화학 제품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화학소재 자급화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022년 2분기부턴 적자에 빠져 작년엔 한해 동안 612억원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중국 수출 비중은 36.3%로 3년 전인 2020년(42.9%)에 비해 6.6%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된 LC타이탄은 주가가 떨어지면서 최근 시가총액이 7400억원대입니다. 인수가인 약 1조5000억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재무구조 진행 중…그룹도 사업 대수술 예고
롯데그룹은 최근 몇년 간 유동성 불안을 겪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연초부터 오래 부진한 사업에 대한 대수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롯데케미칼 등 주력 계열사가 롯데건설 지원 부담을 져야 했습니다. 2022년 말 롯데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리스크가 불거지며 롯데케미칼이 지급 보증을 섰습니다.
하지만 이런 롯데케미칼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롯데케미칼 본업 업황 침체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매출 과반을 차지하는 기초소재사업부 수익성이 나빠져 2022년 이후로 지속적인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6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직전 등급 대비 한단계 하락한 AA(안정)으로 조정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롯데케미칼이 자산 매각 카드를 꺼내 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문제는 업황입니다. 롯데케미칼의 강점인 기초석유화학 부문은 중국발 공급과 정유사들의 진출 등으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롯데케미칼이 투자에 속도조절을 하고 해외 자산 매각을 살펴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추진된 롯데케미칼파키스탄 매각은 현지 사정으 계약이 무산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사업 구조 전환을 위한 자금 조달과 재무구조 유지를 위해 큰 사업도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두루두루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10년 전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과 손잡고 차린 롯데베르살리스 또한 영업손실폭을 확대하면서 사업 지속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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