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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듯 불편한' 4대은행 어르신 영업점 가 봤습니다

SBS Biz 오수영
입력2024.02.29 17:53
수정2024.02.29 21:16

[앵커] 

요즘 대부분 은행 업무를 모바일로 할 수 있게 되면서 동네에 은행 점포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모바일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어쩌냐는 우려에 은행들이 최근 앞다퉈 '시니어 특화점포'를 내놨다고 홍보하고 있는데요. 

현장의 어르신들 목소리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오수영 기자가 여러 지점을 직접 가봤습니다. 

[기자] 

서울 5개 구의 요일별로 매일 다른 노인복지관 앞에서 국민은행이 운영 중인 'KB 시니어 라운지'. 

밴 차량을 개조해 만든 '움직이는 은행'이 어르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주 1회 '찾아가는 서비스'를 가는 형태인데, 현금 입출금, 통장 재발행, 연금 수령 등 기초 업무를 편하게 진행 가능합니다.

오늘(29일)은 노원구 차례인데, 10시 오픈부터 90분 동안 이곳을 찾은 어르신이 한 분도 없었습니다. 

[A 씨(70대) / 서울시 월계동 : 내 통장 말고 딴 통장에 (돈을) 넣는 게 자동(ATM)에서는 그냥 넣을 수 있잖아. 근데 여긴 그게(ATM) 없어서 (원하는 통장에) 못 넣어. 그래서 이용 안 해.] 

4대 은행 중 제일 최근인 지난 15일 개점한 하나은행 첫 '시니어 점포' 고양시 탄현출장소.

업무 순서를 알려주는 알림음이 어르신 고객을 배려해 다른 지점보다 크고, 정보 안내를 위한 글자들도 큽니다.

ATM 속 글자 크기도 큰데, 이에 대한 평가는 갈립니다.

[이춘자(74세) / 고양시 일산동 : (ATM 글씨가) 엄청 너무 심하게 큰 것 같아. / 그것보다 조금 작으면 더 나을 것 같아, 자연스럽고.]

STM(Smart Teller Machine) 옆에 전문 직원이 상주하며 어르신 고객이 '셀프 업무' 할 때 막힘이 없도록 도와줍니다.

내부 인테리어도 남다른데, 큰 글씨로 된 책들이 진열된 '어르신 북카페'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다만 외관만 보면 시니어 점포임을 알 수 없습니다.

신한은행 '고객 중심 점포' 중 제일 최근인 지난달 문을 연 역촌동지점도 고객이 체감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B 씨(70대) / 서울시 역촌동 : 여기 자주 오긴 오는데 그런 건 몰랐는데. (은행 직원들한테 "60대~70대 고객 위주로 한다" 얘기 못 들어보셨어요?) 아뇨, 나는 못 들어봤어요.] 

신한은행 신림동지점은 '어르신 영업점'으로 잘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기 중인 고객 대부분이 어르신으로, 계좌이체나 카드 재발급 등 단순 업무도 전담 직원이 옆에서 같이 도와줍니다. 

[이환수(85세) / 서울시 신림동 : 나이 먹은 사람들은 모르는 게 많잖아요. 그니까 저렇게 안내해 주면 너무 편하고 좋죠. 주로 내가 여기 사용하니까 자주 오는 편이죠.] 

전 세계 은행권이 지점 수를 축소하는 가운데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는 "사람은 사람이 필요하다"며 신규 지점을 확대했습니다. 

더욱 '사람이 필요한' 고령층 잡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SBS Biz 오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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