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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질 것 같아 피한 것 아냐"…KAI의 우주 비전 성공할 수 있을까

SBS Biz 신성우
입력2024.02.27 12:12
수정2024.02.28 15:07


지난 21일 마감이었던 약 1조원 규모의 차세대발사체 체계종합기업 선정 입찰에 한국항공우주(KAI)가 불참했습니다.

차세대발사체 사업은 대형 위성 발사와 달 착륙선 발사 등 우주탐사를 위해 누리호 대비 높은 성능을 내는 발사체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2030년과 2031년, 2032년 총 세차례 발사를 목표로 합니다.

그간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 2파전 양상이 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한화 측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공고는 유찰됐습니다.

조달청은 지난 23일 재공고를 올렸고, 다음달 6일 마감될 예정입니다. 이번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단독으로 입찰하게 되면, 수의계약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KAI "독자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불참 선택"
불참 이유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오지만, KAI 측은 공식 입장문을 배포하며, "재사용발사체 등 독자적인 우주 모빌리티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글로벌 우주시장 진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KAI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밀릴 것이라고 생각해 불참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충분히 승산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부적으로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했을 때 독자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KAI의 불참은 유력 경쟁상대인 한화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우리도, 업계에서도 KAI의 입찰 불참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물론 KAI와 경쟁했을 때 우리도 자신은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며, 차세대발사체 체계종합기업 선정 입찰 참여를 예고했습니다.

서로 자신은 있었다고 하지만, KAI는 이미 지난 2022년 누리호 고도화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한번 밀린 전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번 입찰 경쟁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앞서 한번의 패배를 겪었던 KAI, 이번에는 불참을 선택했습니다. 독자 사업으로 선회하는 모양세인데, 관건은 투자입니다.

'2050 비전' 위해 투자 고삐 당겨야 
[강구영 KAI 사장]

KAI는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R&D 투자에 총 1조5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2050년 매출 40조원의 글로벌 항공우주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입니다.

연간 3천억원씩 투자해야 하는 수준인데, 계획 초기인 현재까지는 투자 규모가 충분치 않습니다. 지난해 3분기말까지 KAI의 투자 비용은 약 1천100억원 수준입니다. 매출액 대비 약 5%로, 약 7~8% 수준이던 2021년과 2022년에 못 미칩니다.

지난 8일 열린 이사회에서 차세대 공중 전투체계의 핵심 기술개발을 위해 총 1천25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승인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투자 고삐를 당겨야 합니다.

투자를 위한 곳간이 넉넉치 못한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KAI의 현금성 자산은 약 8천100억원으로 2조원을 넘기던 2022년말 대비 대폭 줄었습니다. 부채비율도 여전히 높습니다.

결국, KAI가 필요한 것은 수익 성과입니다. 지난해에는 매출 3조8천193억원, 영업이익 2천475억원이라는 호실적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대비 매출은 37%, 영업이익은 75%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올해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실적이 과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사업에서 수리온의 사업종료 시점이 다가오는 등의 이유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독자 사업에 집중하는 것을 택한 KAI가 이같은 난관을 뚫고 2050 우주비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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