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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번아웃 위기…'대란' 막을 협상 시작될까

SBS Biz 정아임
입력2024.02.27 07:07
수정2024.02.27 09:30


전공의들의 대거 이탈로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는 가운데 환자 피해와 남은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전공의들이 현장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3월부터는 면허 정지, 수사·기소 등 처분에 나서겠다고 밝혀, 남은 기간 의료계와의 극적 대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오늘(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서면 점검한 결과 23일 오후 7시 기준 소속 전공의의 80.5%인 1만 3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아직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은 가운데 소속 전공의의 약 72.3%인 9천6명이 근무지를 이탈했습니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대란'이 전날까지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환자 피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병원을 돌고 돌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은 '뺑뺑이 사망' 사례도 나왔습니다.

대전에서 지난 23일 정오께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 심정지 환자는 구급차에 실려 갔으나, 전화로 진료 가능한 응급실을 확인하다 53분 만에야 대전의 한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 도착해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환자는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를 통보받았습니다. 그가 최종 사망 판정을 받은 병원은 처음에 수용 불가 의견을 내놓은 곳이었습니다.

환자들의 불편 사례가 쌓여가는 만큼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체력 역시 한계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일부 중환자실 전문의들이 피로감에 '번아웃'을 호소해, 이탈 전공의 일부가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의료 현장에서의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2월 29일까지 미복귀 시 처벌' 방침을 명확히 밝히는 한편 의료계에 대화에 나설 것을 요청했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대화의 준비는 충분히 돼 있다"며 "의료계에서는 전체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대표성 있는 구성원을 제안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중재' 역할을 자처해 복지부와 만났습니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를 두고 대화할 수 있다. 증원 규모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고, 증원에 대해 충분히 설명·설득하겠다"며 "의료계에서도 대표성 있는 대화 창구를 만들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의협이 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 '원점 재검토'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점은 협상의 물길을 좁히고 있습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전날 "정부가 의협 비대위는 일부 의사의 단체인 것처럼 장난질을 치고 있다"며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우리와 뜻을 같이한다고 밝혔고, 의대생도 그랬다.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우리 비대위 위원"이라고 대표성이 의협에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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