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취재여담] 티빙엔 '류현진'·쿠팡엔 '김민재'…토종 OTT, 스포츠에 목맨다

SBS Biz 이민후
입력2024.02.23 16:22
수정2024.05.28 11:08


토종 온라인동영서비스(OTT)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스포츠를 앞세워 가입자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머니게임'을 견디지 못하고 콘텐츠 생산 대신 안정적인 킬러 콘텐츠인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오늘(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티빙을 운영하고 있는 CJ ENM은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KBO 측에 네이버 컨소시엄(네이버·SK텔레콤·LG유플러스·아프리카TV) 등보다 많은 계약금(연간 약 400억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거기에 최근 2024~2026년 KBO 리그 뉴미디어 중계권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티빙의 모기업인 CJ ENM은 종합격투기 대회 UFC, 유로 2024, 호주오픈, 롤랑가로스 등 굵직한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OTT의 저변을 넓혀가겠다는 포석을 깔기도 했습니다.

가파르게 치고올라온 쿠팡플레이는 그동안 'SNL코리아'를 비롯해 다수 오리지널 드라마를 편성하며 구독자를 끌어모았지만 최근 '스포츠 전담팀'을 두고 인기 스포츠 리그 중계권을 확보에 나섰습니다.

쿠팡플레이는 독일 분데스리가를 비롯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프랑스 리그앙, 덴마크 등을 중계하고 있고, 최근에는 '제58회 슈퍼볼’(Super Bowl LVIII)'까지 생중계했습니다.

동시에 티빙으로부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일부 중계권을 사와 미국 프로야구(MLB) 서울 시리즈 예매 영향

지난 2022년부터는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매년 개최해 해외축구 명문 팀을 한국으로 초청해 친선 경기를 주최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토트넘과 세비야 FC를 초청했고, 지난해에는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파리 생제르맹(PSG) 간 경기를 주선했습니다. 

국내 OTT 업체들이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나서면서 지난달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격차를 좁혔습니다. 넷플릭스가 1천281만9천483명으로 1위를 기록했으나 쿠팡플레이(778만5131명)에 이어 티빙(656만3522명)이 각각 600만명이 넘으면서 격차 좁히기에 나섰습니다.

치솟는 제작비에 '스포츠' 눈돌린 OTT
물론 넷플릭스도 넉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넷플릭스는 최근 WWE(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와 WWE 인기 프로그램인 'RAW'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대가로 10년 50억달러(약 6조6천400억원) 이상의 중계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킬러 콘텐츠'라고 불리는 자체 제작 시리즈의 기대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스포츠 중계를 통해 꾸준한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토종 OTT 3사는 모두 출범 이후 한 번도 영업흑자를 낸 적이 없는 상황입니다. 

티빙의 영업적자는 2021년 762억원에서 2022년 1천191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는 증가했는데 수익성이 불분명한 탓입니다. 

웨이브 역시 같은 기간 558억원에서 1천217억원으로 영업적자가 두 배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왓챠는 2019년 이후 4년째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습니다. 

제작사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611억원, 영업손실 3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배우들의 몸값이 오른 것도 한 몫했습니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 제작비는 회당 3억~5억원에 그쳤지만 글로벌 OTT가 한국 시장에 상한선을 높였다는 겁니다.

다만,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쩐의 전쟁'에 나섰습니다.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쿠팡플레이, 애플TV, 디즈니+ 등 자본력을 갖춘 OTT가 머니게임에 나서면서 회당 제작비는 10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흥행작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제작비는 1천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비하면 스포츠 중계권은 가격에 비해 안정적인 수요가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쿠팡플레이의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의 한국과 호주의 8강전에서 216만명까지 치솟았습니다. 티빙 역시한국과 요르단의 준결승 전날인 지난 6일 DAU가 202만명을 기록했습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제작비 대비 기대수익이 낮다"며 "반면, 스포츠 중계권은 팬덤을 가입자로 유도하고 장기간의 중계권을 확보할 경우 '락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편적 시청권' 이어 '구독료' 딜레마
하지만 여전히 '보편적 시청권'과 '가격 인상 요인'은 숙제로 남았습니다. 

방송법에서는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 그 밖의 주요 행사 등에 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보편적 시청권으로 정의하고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쿠팡플레이는 2020 도쿄 올림픽과 2022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썬의 대한민국 경기에 대한 온라인 중계권 독점을 확보에 나서면서 '보편적 시청권' 침해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기존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 포털 사업자와 지상파에서는 독점 없이 무료로 중개해왔다는 취지였습니다. 
 

2024~2026년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뉴미디어 중계권 입찰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CJ ENM 역시 한국프로야구 중계권 재판매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여파로 지난 15일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에이닷'은 앱 내 공지사항을 통해 에이닷 tv 프로야구 중계 등 프로야구 중계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스포츠 중계권의 입찰 가격이 높아지면서 OTT 가격 인상도 또다른 변수입니다. 

티빙은 3년 간의 KBO 중계권 확보하기 위해 1천200억원(연 400억원) 가량의 실탄을 쓴 가운데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직전 2019년 입찰가인 5년 간 1천100억원(연 22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출범 당시부터 유료 위성방송인 스카이스포츠가 독점 중계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영국인들은 한 달에 43파운드(약 7만2천원)은 내야 가정에서 시청할 수 있는데 구독료는 초창기와 비교해 점점 오르는 추세입니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중계권료가 경쟁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에 구독료 인상 요인이 있다"며 "다만, 중계권을 통해 시청각 모델이 광고형요금제(AVOD) 형태로 전환된다면 광고로부터 수익을 올리는 방법도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OTT 업체들이 스포츠 중계권에 목매는 가운데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과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을 넘기지 않고 중계할 수 있을지가 또다른 관심사가 됐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이민후다른기사
'갤럭시' 세상에 꺼낸 장동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 별세
日, 라인야후의 '단기적 지분매각 곤란'에 "필요시 추가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