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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대신 수술 봉합"…불법진료 내몰린 간호사들

SBS Biz 김기송
입력2024.02.23 14:07
수정2024.02.23 21:14

[23일 서울 장충동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탁영란 대한간호사협회장이(왼쪽) 의사 집단행동으로 불법 의료행위에 노출된 간호사의 보호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하자 업무가 늘어난 간호사들이 대리처방 같은 불법진료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사의 일을 간호사가 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의료법 위반입니다.

대한간호협회(간호협)는 오늘(23일) 오전 서울 중구 간호협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의료행위에 노출된 간호사들의 신고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간호협은 의사들의 집단사직이 시작되자 지난 20일 오후 6시 '의료공백 위기대응 현장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간호사들의 신고를 받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9시까지 접수된 신고는 총 154건이었습니다.

간호사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불법진료 행위지시'를 꼽았습니다. 간호사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대신해 채혈, 동맥혈 채취, 혈액 배양검사, 검체 채취 등 검사와 심전도 검사, 잔뇨 초음파(RU sono) 등 치료·처치 및 검사, 수술보조 및 봉합 등 수술 관련 업무, 비위관(L-tube) 삽입 등 튜브관리, 병동 내 교수 아이디를 이용한 대리처방 등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초진기록지와 퇴원 요약지, 경과기록지, 진단서 등 각종 의무기록 대리 작성과, 환자 입·퇴원 서류 작성을 강요받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평일 밤 근무로 발생한 휴무를 '개인 연차'를 이용해 쉬도록 강요받았다는 신고도 접수됐습니다. 당직 교수가 처방 넣는 법을 모른다며 간호사에게 휴일에 출근하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불법 의료행위는 전공의가 상당수 자리를 비운 상급종합병원(62%)이 가장 많았고 종합병원(36%), 병원(전문병원 포함, 2%) 등 순이었습니다.

일반 간호사가 72%로 신고 대다수를 차지했고 PA 간호사는 24% 불과했습니다. 그간 의료 현장서 의사 업무 대리 역할은 주로 PA 간호사가 해왔는데 일반 간호사들도 여기 동원돼 불법 의료행위를 떠안고 있다는 겁니다.

환자안전도 크게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의료공백 상황이 발생하면서 4일마다 하는 환자 소독 시행 주기가 7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탁영란 간호협회장은 "간호사들은 전공의가 떠난 빈자리에 법적 보호 장치 없이 불법진료에 내몰리면서 하루하루 불안 속에서 과중한 업무를 감당해 내고 있다"며 "의료공백을 정부가 말하는 PA 간호사뿐만 아니라 전체 간호사가 겪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간호사들이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환자 간호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불법진료행위로부터 간호사를 보호할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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