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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장남 출근 안 해" "엄마 빚졌잖아"…한미, 집안 싸움 향방은?

SBS Biz 정광윤
입력2024.02.15 10:35
수정2024.05.28 11:09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두고 창업주 가족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고 임성기 창업 회장의 배우자 송영숙 회장과 둘째 딸 임주현 사장이 '모녀팀', 장남 임종윤 사장과 막내아들 임종훈 사장이 '장차남팀'으로 맞붙는 모양새입니다.

한미그룹 통제권을 쥐고 있는 건 '모녀팀'입니다.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딸에게 그룹 지배력을 물려주겠다는 계획입니다.

대놓고 찬밥이 된 '장차남팀'이 반발하고 나선 게 이번 분쟁입니다.

"네가 회사 망친다" 서로 손가락질
장남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비판해도 한미그룹 측은 그간 "설득해 나가겠다"며 최대한 말을 아껴왔습니다.

어머니 송영숙 회장 입장에서 '그래도 내 자식인데'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게 그룹 관계자 설명입니다.

그런데 최근 며칠 새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장차남이 지난 13일 "지주사 사내이사로 경영에 복귀하겠다"며 주주제안을 내놓은 이후부터입니다.

한미그룹은 이날 바로 "임종윤 사장, 사익 위해 한미 이용 말라"며 공식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한미약품 경영에 무관심했다", "지난 10년간 거의 출근하지 않았다", "가족 중 상속세도 가장 적게 냈다" 등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에 질세라 장남 측도 지난 14일 반박자료에서 "정작 한미그룹을 사익편취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주사 지분 매각과 관련해 "송 회장의 무리한 사진박물관 건축을 통해 누적된 부채가 주된 원인"이라며 '엄마 탓'도 했습니다.

그룹 차원에선 최대한 잡음을 피하고 싶었겠지만 싸움을 거는데 마냥 피하기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결국 진흙탕으로 끌려들어가면서 화해와 타협 가능성은 희박해졌습니다.

1차전 : 법원 가처분 신청…인용시 통합 차질
분쟁의 향방을 가늠할 첫 번째 분수령은 장남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입니다.

여기선 법원이 장남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 당장 한미-OCI그룹 통합 계획에 차질이 생깁니다.

모녀의 한미 지주사 지분을 OCI 지주사에 팔고, 서로 맞바꾸는 데 더해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OCI 측이 사줘야 통합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한미그룹은 신주발행이 이뤄져야 막대한 채무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오는 21일이 첫 가처분 심문기일인데 다음 달 중순이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처분 신청은 통상 1~2회 심문을 거쳐 한 달이면 결론이 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법관 인사 등 영향으로 첫 심문이 지난 7일에서 한차례 밀린 터라, 법원이 더욱 서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건은 법원이 장남 주장대로 현 사태를 '경영권 분쟁 상황'으로 인정하느냐입니다.

비슷한 사례를 보면 지난해 SM 경영권 분쟁 당시 법원은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신주·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상법과 정관에 위배된다'는 이유입니다.

"신주발행과 관련해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없고, 분쟁이 임박한 상태에서 최대주주 지배력을 약화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12일 유상증자를 공시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조속히 조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OCI홀딩스와 경영상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원이 '정말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볼지, '경영상 협력관계 구축'을 어떻게 해석할지, 장남이 지주사 이사가 아니고 경영에서 손 뗀 지 오래됐다는 점을 어떻게 볼지 등이 지켜볼 부분입니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본안 소송으로 넘어가면서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2차전 : 주총 표 대결…대세 굳히기 vs. 판 흔들기
두 번째 분수령은 다음 달 정기주주총회 표 대결입니다.

대세는 모녀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장차남이 판을 흔드는 데 성공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표 대결 시점은 가처분 신청 판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장사 정기주총은 통상 3월 중순에서 말까지 열리고, 특히 3월 마지막 주 '슈퍼 주총위크'에 대거 몰립니다.

한미의 경우도 지난해 3월 29일, 재작년 3월 24일 열렸습니다.

올해 역시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갈등이 다른 업체들 주총 이슈에 최대한 묻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현재 임종윤 사장 측 집계에 따르면 장차남 측 지주사 지분이 28.4%, 모녀 측이 31.9%입니다.

여기에 더해 모녀 측이 장악한 공익재단의 지분율이 8% 가까이 됩니다.

장차남은 "그룹이 통합하면 대기업집단이 되니 규정상 공익재단 지분을 경영권 분쟁에 쓸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총은 통합 전이니 문제없다"는 게 한미그룹 입장입니다.

결국 장차남이 다른 투자자와 소액 주주를 얼마나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게 됩니다.

약 12% 지분을 차지한 신동국 한양정밀화학회장은 현재까지 중립 입장입니다.

작고한 창업주의 친한 고향 동생인데, 가족싸움엔 끼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장남 측은 사모펀드 등을 통한 우호지분 확보 의사도 내비쳤지만, 현재까진 가시적 성과가 없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사모펀드 같은 '외세'를 끌어들일 경우, 신 회장이 도리어 반대 측에 참전할 명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녀와 장차남 모두 직접적인 지분 공개매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상속세로 빚더미에 앉은 터라 '실탄'도 부족하고, 지난해 SM사태에서 카카오-하이브 간 공개매수 경쟁이 반면교사가 된 것으로 풀이 됩니다.

당시 경쟁이 과열되면서 카카오와 하이브 모두 큰 출혈을 감수했고, 주가가 뛰면서 '남 좋은 일'만 해준 꼴이 됐습니다.

시세조종 관련 법정 공방도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시장에선 현재까지 모녀의 승리를 점치고 있지만 3차·4차전까지 대결이 장기화할지, 혹은 극적인 타협이 성사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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