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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플랫폼법' 백지화?…공정위 우왕좌왕에 업계만 들쑤셨다

SBS Biz 배진솔
입력2024.02.13 13:59
수정2024.02.13 18:34


공정거래위원회가 IT업계 반발과 미국과 통상 마찰 우려에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초안 공개 시점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업계가 불확실성에 떨고 있습니다.

앞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총수 일가 고발 지침을 강화하려던 법 개정이 무산된 것과 비슷한 모양새라 공정위의 '졸속 입법'에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플랫폼법' 전면 재검토…업계 반발에 물러서기

공정위는 지난 7일 브리핑을 통해 플랫폼법의 핵심으로 꼽힌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제' 재검토를 포함해 모든 내용을 열어놓고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과 추가 논의를 거쳐 거대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하겠다"며 한발 물러났습니다.

공정위가 재검토 대상으로 언급한 '사전 지정제'는 소수 거대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에 규정하고 반칙 행위를 규제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매출, 이용자수, 시장점유율 등을 중심으로 사전 규제 대상 기준을 고심해오다 '사전 지정제' 자체를 검토 대상으로 올리며 입법 취지가 흔들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조홍선 부위원장은 "지정 제도가 없어지면 법 제정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사전 지정 제도를 폐기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애초 이 법안은 지난해 6개월 동안 운영한 전문가 TF에서도 입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공정위가 강행한 법입니다.

업계에서는 위법행위 전 기업을 사전에 지정해놓고 옭아매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했고 미국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외국 기업들도 플랫폼법이 불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면서 통상 마찰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공정위가 일단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자 업계는 안도하면서도 여전한 우려를 전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입법 계획 자체는 변함이 없는 것이라서 플랫폼 사업자에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같은 느낌"이라고 불안함을 호소했습니다.
 


공정위, 기준 제시 안하고 입법부터…업계 혼란 가중
공정위의 '졸속 입법'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등 재벌 총수를 위한 사익편취 행위를 저지른 회사를 고발할 때 이에 관여한 총수 일가를 함께 고발하는 지침 개정을 추진하다 재계 반발에 결국 무산됐습니다.

개정안이 ‘기업 옥죄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공정위는 두 달여만에 백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한 법인의 사익편취 행위에 지시·관여한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같이 고발한다’는 내용을 아예 삭제했습니다.

당시에도 사익편취 심사지침을 통해 총수 일가의 지시와 관여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먼저 제시해야 함에도 고발 지침부터 먼저 손을 대 불필요한 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새 정책을 내놓고 후퇴하거나 변질되는건 기업으로선 미래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국제 경쟁을 해나가야하는 상황이다"라며 "정책 변화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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