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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전입신고 방해 판치는데…국토부-행안부 '옥신각신'

SBS Biz 최지수
입력2024.02.13 12:17
수정2024.05.28 11:09

[2월 14일 기준 (자료=네이버부동산)]

부동산 플랫폼에 불법적인 매물이나 다름 없는 '전입신고 금지' 물건이 만연하다는 보도를 한 지 20일 가까이 지났습니다. (참고: [단독] 이사철인데 '전입 금지' 매물 수두룩…정부 '경고장' 보냈지만 ▶biz.sbs.co.kr/article/20000154572) 그럼 과연 이런 탈법적 매물들이 줄었을까.

오늘(14일) 온라인 플랫폼을 재차 확인해보니 봄을 앞두고 이사 수요가 많은 시기임에도 이 같은 매물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어 예비 세입자의 선택의 폭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입신고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공인중개사협회에 "전입신고를 제한하면 임차인이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이를 묵인하는 중개사는 벌칙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협조를 구하는 공문을 보냈음에도 달라진 게 없는 셈입니다.

전입신고를 막는 행위는 오피스텔 집주인들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쓰는 일종의 꼼수로 여러 번 지적돼온 문제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막을 만한 규제가 없어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주거용' 숨기고 '업무용' 혜택 챙기기 

전입신고는 거주지를 옮길 때 이를 관할 기관에 알리는 법적 기본절차입니다. 새로운 거주지로 이사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신고해야 합니다. 

이렇게 전입신고는 해당 주소에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줌으로써 추후 부동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하나의 장치입니다.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못 하고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면 집이 경매에 넘어갈 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우편물을 받을 때 불편하고, 주민등록표등본 주소지와 임대차 계약서상 주소가 일치해야 가능한 월세 세액공제도 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 집주인들은 여전히 세입자가 이를 안 하는 조건으로 방을 내놓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임대인들이 업무용으로 분양을 받았는데, 주거할 사람을 입주를 시키면서 전입신고가 되면 주택 수에 포함돼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업무용 오피스텔은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수 있지만 주거용 오피스텔은 환급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용으로 환급 혜택을 받은 후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적발되지 않게 하기 위해 전입신고를 막기도 합니다. 

'전입신고 불가' 거르는 장치 '전무' 

여러 부동산 플랫폼에 전입신고 금지 매물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건 해당 매물을 거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한 중개 플랫폼 관계자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공인중개사법을 따라야 하는데, 해당 법에 전입신고 금지 물건을 규제하는 내용은 없기 때문에 우리도 따로 조치를 취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현재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세입자가 이에 대한 과태료를 내게 돼있습니다. 

거주지 이동에 따른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전입신고를 방해하는 집주인에 과태료를 처분하는 내용을 담은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지난 2017년 발의됐지만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이후 2020년 개정안이 한차례 더 재발의됐지만 여야와 관계부처 간 이견으로 국회에 계류돼있어 사실상 이번에도 폐기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어느 부처 소관?…행안부-국토부 '옥신각신' 
 
임대차 계약에 있어 전입신고를 방해하는 행위를 어느 부처가 관리하고, 어느 법에 명시해야 될지가 관건이지만 관련 부처끼리도 이를 명확히 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실제 앞서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전입신고 방해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법에 담기 위해선 전입신고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소관 '주민등록법'과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후보지로 꼽힙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에 있어 전입신고 관련 행위를 관리하는 것은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의도이기 때문에 취지상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관련 내용이 들어가는 것이 더 적합해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민법인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과태료 처분 규정을 넣기에는 법리상 체계가 적절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며 "이미 주임법 내 여러 다른 세입자 보호장치가 존재한다"고 서로 공을 넘기는 듯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이에 부동산 관련 법 전문인 박상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들)는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임대차 계약 관계와 밀접도가 높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면서 "민법에도 처분 규정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주민등록법에는 임대인이 전입신고를 막는 경우를 예외규정을 두어 임차인에 과태료 부과를 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특히 옥신각신하는 두 부처의 상황을 두고 "전형적인 부처별 칸막이 행정"이라며 "법 체계를 따지기 전에 불합리한 시장 질서로부터 국민 보호가 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라는 윤석열 대통령 주문에 따라 정부 부처 국·과장급 24개 직위가 우선적으로 인사 교류를 하게 됐는데요. 우선 교류 대상에 행안부-국토부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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