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도 얽혔다…대형 로펌 붙은 '홍삼 소송전'
SBS Biz 이광호
입력2024.02.06 15:35
수정2024.02.07 13:33
농협을 포함한 홍삼업체 10여곳이 소송전에 휘말렸습니다. 특정 상표 도용이냐, 고유명사냐를 두고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인삼은 우리나라의 신선식품류 중 3위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효자 제품입니다. 지난해에는 잠정 2억6천만달러, 3천억원 넘는 수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단순 인삼 뿐 아니라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으로도 판매되고 있죠. 그런데 이렇게 인삼과 홍삼 등을 만들어 파는 업체들 사이에 최근 소송전이 불거졌습니다. 양측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건 '고려홍삼원'이라는 업체입니다. 이곳은 2003년 등록된 '天壹蔘(천일삼)'이라는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 14개 업체가 이 상표권을 도용하고 있었던 것을 발견하고 소송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허청에 등록된 '천일삼' (자료=키프리스)]
지난해 12월 15일 1개 업체에 가처분신청 소장을 접수했고, 나머지 13곳에는 상표권 침해 통고서를 발송한 상태입니다. 업체들 중에는 지역 회원농협인 '풍기인삼농협'과 중견기업 '일화'도 포함돼 있습니다. 업체들의 연 매출 총합은 약 4천억원에 달합니다.
도용을 의심받고 있는 업체들은 제품에 '天壹(천일)'이라는 글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천일삼' 상표권 중 '삼'은 인삼과 산삼 등 삼을 부르는 일반적인 말로, 결국 '천일'이 상표권의 핵심이라는 게 고려홍삼원 측 주장입니다.
[천일을 제품명에 사용하는 건강기능식품. 62개 중 대부분은 인삼과 홍삼입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건강기능식품 목록에도 지난 2008년부터 '천일'을 포함한 제품들이 출시돼 현재 62개의 제품이 신고돼 있습니다. 업체 측은 "해당 홍삼 제품이 주로 사후면세점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에게 팔렸기 때문에 도용 사실을 오랫동안 인지하지 못했다"며 "면세점 업체 한 곳과 제품 관련 상담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의심 업체 '반발'…"원래 쓰던 말"
반면 도용을 의심받고 있는 업체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천일'이라는 용어가 오랫동안 흔히 사용됐던 말이라는 겁니다. 인삼사업법상 홍삼의 등급은 '천삼(1등)', '지삼(2등)', '양삼(3등)'으로 분류하는데, 천삼 중 최상품을 '천일'이라고 표현해 왔다는 겁니다.
풍기인삼농협 측은 "'천일'이라는 표현으로 상표권을 등록하면 고유명사로 등록이 거절돼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런 만큼 '천일삼'에 상표권이 있더라도 상표에 '천일'만 사용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시 통고서를 받은 일화 관계자는 "이미 90년대에 '천일'이라는 상표로 다른 홍삼이 판매됐던 것을 확인했고, (천일삼이 상표권을 등록한)2003년 이전에도 '천일'로 상표권 등록이 거절됐던 사례도 있다"면서 "천일삼에 대해서는 상표권 취소 심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형 로펌 붙어…지평 vs. 김앤장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분쟁에 대형 로펌들이 참여했다는 겁니다. 고려홍삼원 측에선 법무법인 지평이 나섰고, 반대 측 업체들은 김앤장을 선임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에서 양쪽이 모두 대형 로펌으로 채워지는 건 드문 일입니다. 그만큼 양쪽 모두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번 가처분신청을 시작으로 손해배상 소송 등 10여개 업체가 얽힌 추가 소송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상표 도용이 의심되는 기간이 긴 만큼 소송의 규모도 커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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