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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값 올린 bhc…브라질산으로 언제 바꿨지? [유통팔달]

SBS Biz 정아임
입력2024.02.01 10:29
수정2024.02.02 11:23

[앵커] 

배달 치킨 한 마리에 3만 원을 줘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치킨업계 1위인 bhc가 가맹점 부담을 덜겠다며 최근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가성비 좋던 편의점 치킨값도 꿈틀 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bhc가 소리 소문 없이 일부 메뉴를 브라질산 냉동닭으로 바꿔 팔고 있어 논란입니다. 

정아임 기자, 우선 bhc 치킨이 브라질산이라고요? 

당연히 국내산인 줄 알았는데요? 

[기자] 

순살 제품 얘기인데요. 

아무런 공지 없이 바꾼 터라 잘 알려지지 않았고 앵커처럼 모르고 드시는 소비자들이 많을 겁니다. 

bhc가 순살 제품을 국내산에서 브라질산 냉동육으로 바꿨는데요, 이게 지난해 5월부터였습니다. 

인기 메뉴인 골드킹, 맛초킹, 뿌링클 등 7개 순살 제품이 대상입니다. 

치킨 3사 가운데 교촌과 BBQ가 주요 순살 제품에 국내산 닭을 쓰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데요. 

더군다나 타사 국내산 순살 치킨과 bhc의 브라질산 순살 치킨이 가격은 2만 원 대로 비슷합니다. 

[앵커] 

브라질산 냉동육이면 더 저렴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일단 국내산은 대부분 냉장상태로 유통되고 수입산은 아무래도 유통 기간이 길기 때문에 냉동닭이고, 맛과 식감의 차이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격도 수입 냉동닭이 절반 수준으로 싼 데요. 

국내산 냉장육 가격은 1kg당 4500원, 수입 냉동육은 2천 원에서 3천 원입니다. 

bhc 측은 국내 닭고기 수급이 어려워 브라질산으로 대체했다며 오는 5월쯤 다시 국내산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bhc 말대로 수급 등 운영상 문제로 닭고기 교체가 불가피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가격을 좀 내리거나 서비스를 보완해야 하지 않았겠단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그러게요.

가격 인하는커녕 오히려 최근 가격을 올렸죠.

얼마나 올렸나요? 

[기자] 

지난 연말 bhc는 전국 매장에서 치킨을 포함한 85개 제품 가격을 500원에서 3천 원 올렸습니다. 

인상률로는 평균 10%가 넘습니다. 

이에 따라 인기 메뉴인 뿌링클과 맛초킹 가격이 2만 원 대로 올라왔습니다. 

인상 배경에 대해 bhc는 "가맹점들 수익이 악화돼 부득이한 결정이었다"라고 밝혔는데요. 

"주문 중개 수수료와 배달 대행 수수료, 인건비, 임대료가 올랐고 원부자재 부담도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가맹점을 위한 가격인상이라고 했는데, 반박도 나왔죠? 

[기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bhc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한 건데요. 

가맹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라고 했던 bhc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각종 재료 가격을 평균 9% 올린 겁니다. 

들어보시죠. 

[김다래 /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팀장 : 가맹점의 수익악화 문제를 거론하며 소비자가를 인상하면서 가맹점에 제공하는 공급가격도 인상한 것은 치킨 가격 상승으로 인해 매출 부담을 안아야 하는 가맹점에 이중 부담을 주는 것이고 또 본사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의심스러운 결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가맹점을 위한다는 설명에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인데, 본사 수익이 악화된 탓은 아닐까요? 

[기자] 

소비자협의회 분석 자료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재작년까지 bhc가 얼마나 남겼는지 조사해 봤더니 bhc의 매출액은 연평균 17%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이를 2배 가까이 웃도는 30%를 기록했습니다. 

재작년 3사 영업이익률을 비교해 봤을 때는 업계 2위인 교촌은 1%가 채 안되고 BBQ도 15%인데 비해 bhc는 28%로 월등히 이익률이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바일 쿠폰 손실을 점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bhc가 치킨값을 올릴 거란 뉴스가 나오자 소비자들이 유효기간이 긴 모바일 쿠폰을 사재기했는데 인상 이후 그 차액을 고스란히 점주들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3천 원이 오른 뿌링클을 미리 사둔 쿠폰으로 결제하면 점주가 3천 원을 손해 보는 겁니다. 

논란이 일자 bhc 측은 뒤늦게 본사가 차액 부담하겠다고 공지했습니다. 

[앵커] 

여러모로 가맹점을 위한다는 bhc 설명이 와닿지 않는데, 안 그래도 갑질 문제로 징계도 받았잖아요? 

[기자] 

지난달 2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bhc에 과징금 3억 5천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가맹점주에게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혐의인데요. 

해당 점주는 bhc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bhc는 각종 물품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공정위는 가맹 계약 해지에 관한 절차 없이 bhc가 이렇게 조치한 자체가 위법이라고 본 겁니다. 

bhc 측도 잘못을 인정했는데요. 

"과거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과 일 처리로 인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과거 경영진이라 함은 bhc를 만든 박현종 전 회장 얘기인가요? 

[기자] 

지주사로부터 지난해 11월 해임됐죠. 

bhc의 주인은 지주사의 지분 절반 정도를 갖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입니다. 

공정위는 bhc를 포함해 사모펀드가 주인인 프랜차이즈를 타깃으로 직권조사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사모펀드는 수익성에 따라 기업을 사고파는 특성상 제품 가격이나 가맹점 납품가를 높이는 게 수익성을 손쉽게 높이는 방법입니다. 

이는 결국 물가 인상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앵커] 

아무리 사모펀드라도 공정위가 이 정도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건 부담이 될 텐데,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기자] 

그래서 bhc가 자율분쟁조정협의회를 최근 출범시켰습니다. 

스타벅스 출신의 송호섭 신임 대표는 "상생경영과 공정거래라는 핵심 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라고 밝혔는데요. 

본사와 점주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기구로 분쟁이 들어오면 60일 안에 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공정성을 위해 위원장에 외부 전문가를 선임했고, 본사와 점주 측 위원 수도 맞췄습니다. 

각종 논란 속에 bhc가 진정성 있는 상생 행보를 보여줄지 주목되는데요. 

국민 음식 치킨의 선봉장인 만큼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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