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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3만원권 세뱃돈 나오려나' 기대하셨다고요?

SBS Biz 안지혜
입력2024.01.31 11:43
수정2024.05.28 11:10

"3만원권 지폐도 있으면 좋겠다" 
 
1년 전 이맘때 쯤 설 연휴를 앞두고 갑자기 '3만원권 발행 필요론'이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갑자기 웬 3만원권? 뜬금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있으면 조카 용돈 줄 때 덜 부담 되겠다'는 여론도 있었습니다. 해가 바뀌고 다시 설 연휴가 돌아오는 지금, 해당 논의는 얼마나 진행됐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상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현실성을 따져 보던 국회도 슬그머니 발을 뺐기 때문입니다.

'공'을 쏘아 올린 건 가수 이적 씨입니다. 이적 씨는 지난해 설을 앞두고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 1만 원을 주긴 뭣하고, 몇 장을 세어서 주는 것도 좀스러워 보일까봐 호기롭게 5만 원권을 쥐여 주고는 뒤돌아 후회로 몸부림쳤던 수많은 이들이 3만 원권의 등장을 열렬히 환영하지 않을지"라는 SNS글로 네티즌의 큰 공감을 받았습니다.
가수 이적 씨가 SNS에 올린 글 캡처

정치권도 즉각 화답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은 축의금 부조 단위가 1·3·5로 커지기 때문에 2만원권보다는 3만원권이 적합할 것 같다"면서 "설 연휴 이후 3만원권 발행 촉구 국회 결의안을 추진 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후 현재까지 국회 결의안은 발의되지 않았습니다. 하 의원실은 "국민 실생활에 불편을 끼치는 이슈라 제안했는데 본격 검토해보니 현실성이 크지 않더라. 신규 화폐 발행에 드는 비용이 막대한 반면 현금 사용은 갈수록 줄어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고 철회의 변을 내놨습니다.
 
화폐 관리를 총괄하는 한국은행도 신중한 입장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새 액면 발행의 효용 대비 비용 때문입니다. 초기 제작 비용은 물론이고 ATM과 자판기 수정·대체 비용이 클뿐더러 모바일 결제 활성화로 현금 수요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국민적 합의와 정치권 논의가 있다면 추진할 문제지만 지난 2022년 '화폐 사용 만족도' 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2·3만원 등 중간 단위 화폐 수요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처럼 3만원권 발행이 해프닝으로 끝나면서 올해도 1만원권과 5만원권 사이에서 이모·삼촌의 세뱃돈 고민은 숙명이 됐습니다. 이적 씨의 말을 빌리자면, '호기롭게' 5만원권을 쥐어 주고는 몸부림치느냐, 아니면 1만원 짜리를 몇 장 쥐어주고는 '좀스럽게' 보일까 걱정하느냐. 물론 받는 조카도 아쉽긴 그지 없습니다. 이모가 '호기롭게' 빼든 5만원은 친구들과 마라탕 한 그릇 사 먹고 문제집 두 권 사기도 빠듯한 돈입니다. 이모·삼촌의 진실한 사랑을 체감하기엔 고물가의 벽이 너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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