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칼 빼든 행동주의 펀드…주총 앞두고 본격 행보
SBS Biz 조슬기
입력2024.01.25 16:38
수정2024.01.25 16:51
최근 몇 년 새 주주 행동주의 바람이 불며 '행동주의 펀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연초부터 이들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란 상장 기업에 주주 가치를 높이고 경영을 개선하라고 요구하는 사모 펀드로 주주 서한은 물론 소 제기를 통해 저마다 실력 행사에 나선 모습입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SM엔터테인먼트 지배 구조 개선에 성공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최근 KB·신한·하나·우리·BNK·JB·DGB금융 등 국내 상장 은행지주 7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약속했던 주주 환원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라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보냈습니다.
또한 학계에 지나치게 편중된 이사회 구성원을 다양성 분야의 전문가들로 확보하는 한편, 위험가중자산의 성장률을 적절히 제한하되 주주환원율을 점진적으로 높일 것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이맘 때 이들 지주사에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이후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작년 주총을 앞두고 저마다 주주 환원책을 내놓으며 은행주 주가가 크게 상승했던 만큼 올해도 이러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사주 소각 요구도 부쩍 늘었는데, 자사주를 취득한 뒤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들의 보유 지분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던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기존에 취득했던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고 나섰고, VIP자산운용 역시 지분 5.38%를 보유하고 있는 삼양패키징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는 KT&G가 자사주 소각이나 매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대신 자사 공익재단에 무상으로 증여해 전현직 이사들을 대사으로 1조 원대 소 제기를 청구했습니다.
얼라인이나 FCB 말고도 행동주의 펀드들도 저마다 주주 행동주의 목적에 맞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편입니다.
한앤컴퍼니의 승리로 끝난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 이후 차파트너스는 주당 82만 원에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소송 기간 발생한 긴 경영 공백 때문에 주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것이 차파트너 측의 주장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기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주주가치 제고 목적에 부합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생겨나는 등 주주행동주의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활발한 상황입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주주들의 요구가 이전에 비해서 훨씬 강력해지고 있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상장 기업들에 대한 여러 가지 요구들이 전보다 많아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이러한 역할들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경영 참여)라든지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과 같은 이슈에 대해 주주들의 의견들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 쪽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자칫 기업들을 향한 과도한 옥죄기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 행동주의의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사모 펀드 특성상 지나치게 단기 업적에 치중하고 경영권 불안을 야기함으로써 기업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며 " 적극적인 주주제안이 기업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제안된 것인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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