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삼성전자...더는 1등도, 초격차도 아니다? [산업 막전막후]
SBS Biz 김완진
입력2024.01.25 10:33
수정2024.01.25 12:38
[앵커]
우리나라 1등 기업 하면 떠오르는 회사가 '삼성'이라는 데 이견은 거의 없을 겁니다.
'초격차'로 표현되는 기술적 우위와 글로벌 존재감, 국민 인식에서까지 삼성은 '1등 DNA' 아성을 견고히 유지해 왔는데요.
이런 삼성의 위상이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력 사업에서 잇따라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입니다.
김완진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삼성전자, 누구나 인정하는 국내 1위 기업인데, 요즘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배경이 뭔가요?
[기자]
일단 기업은, 돈을 얼마나 잘 벌었냐로 평가를 받죠.
그간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회사였던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자리를 내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상장사 영업익 1위, 2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면서입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익 컨센서스는 직전 해보다 85% 가까이 빠진 6조 5400억 원인데, 현대차는 15조 4558억 원입니다.
1~3분기 누적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3조 7422억 원인데 반해, 현대차는 11조 6542억 원입니다.
[앵커]
2위 이미지가 생길 수도 있겠는데, 주력 분야별로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여태껏 내려다보던 회사들에게 밀리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삼성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9.4%였습니다.
20.1%를 기록한 애플에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준 겁니다.
노태문 사장이 마음 아프다고 표현할 만큼, 삼성 내부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도 2년 만에 인텔에 내줬습니다.
삼성 매출이 37.5% 줄어든 반면, 인텔은 16.7% 주는 데 그쳐서입니다.
코로나 이후 물가, 금리가 올라 IT 기기 소비가 꺾이면서 제조사 반도체 수요도 주춤해 메모리 업황이 한파를 겪은 가운데, 인텔이 삼성보다 매출 감소를 잘 방어한 겁니다.
[앵커]
주력인 반도체, 스마트폰 모두 이제 1등, 초격차 타이틀을 쓰기 민망해질 수도 있겠는데, 회사 밖에서는 어떤 평가들이 나옵니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읽었다고 해 화제가 됐던 '반도체 삼국지'를 쓴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삼성 반도체가 1등에 안주해 경쟁자들에 쫓기는 형국"이라며, 우리나라도 과거 일본처럼 반도체 패권을 내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인공지능이 일상에 빠르게 스며드는 가운데, AI 서버 등 대량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HBM3,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준 게 대표적입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소위 '갑'의 자세를 내려놓고 엔비디아 등 고객사 요구를 철저히 맞춰서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에 들어가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수주전에서 SK하이닉스와 승부를 벌일 텐데, 10년여 동안 엔비디아와 개발을 함께한 SK하이닉스가 우세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것 또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뼈아픈 부분입니다.
[이종환 /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 : 먼저 기술을 개발해서 시작을 하면, 빨리 수율이 안정이 되거든요. 단가를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것과 직결이 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는 HBM 반도체 공정에서의 안정성은 조금 더 낫다고 봐야 하는 것이죠.]
[앵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반도체 포트폴리오 조정도 시급하지 않습니까?
[기자]
매출 비중이 70%가 넘는 메모리 편중을 낮추기 위해 파운드리에도 투자를 하고 있지만, 대만 TSMC와의 압도적 점유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도 있습니다.
3나노 파운드리의 경우, TSMC 고객사인 애플과 같은 대형 고객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알려진 것도 뼈아픈 부분입니다.
내부에서도 임원들이 각성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데요.
지난 17일 경계현 사장이 DS부문 비상임원회의 열고 연봉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앵커]
궁극적인 돌파구를 찾으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만, 뚜렷한 것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종희 부회장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CES에서 뭔가 나올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조짐은 없는데요.
지난 2017년 전장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9조 2천억 원 들여 하만을 인수한 이후,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은 없었습니다.
신사업 투자의 발목을 잡는 건,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입니다.
다음 달 5일,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사건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는데요.
이 회장은 해당 사건으로 100번 가깝게 법정에 섰습니다.
검찰과 이 회장 측이 재판부에 의견서를 계속 내면서 추가 검토가 불가피해져 선고일이 미뤄질 정도로 양측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번 1심 선고에서 법원이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 이 회장 경영 활동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업계에서 삼성을 가리킬 때, '관리의 삼성'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요.
인공지능 일상화 등으로 산업계가 격변기를 맞은 가운데서, 어떤 관리 능력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우리나라 1등 기업 하면 떠오르는 회사가 '삼성'이라는 데 이견은 거의 없을 겁니다.
'초격차'로 표현되는 기술적 우위와 글로벌 존재감, 국민 인식에서까지 삼성은 '1등 DNA' 아성을 견고히 유지해 왔는데요.
이런 삼성의 위상이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력 사업에서 잇따라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입니다.
김완진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삼성전자, 누구나 인정하는 국내 1위 기업인데, 요즘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배경이 뭔가요?
[기자]
일단 기업은, 돈을 얼마나 잘 벌었냐로 평가를 받죠.
그간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회사였던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자리를 내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상장사 영업익 1위, 2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면서입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익 컨센서스는 직전 해보다 85% 가까이 빠진 6조 5400억 원인데, 현대차는 15조 4558억 원입니다.
1~3분기 누적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3조 7422억 원인데 반해, 현대차는 11조 6542억 원입니다.
[앵커]
2위 이미지가 생길 수도 있겠는데, 주력 분야별로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여태껏 내려다보던 회사들에게 밀리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삼성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9.4%였습니다.
20.1%를 기록한 애플에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준 겁니다.
노태문 사장이 마음 아프다고 표현할 만큼, 삼성 내부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도 2년 만에 인텔에 내줬습니다.
삼성 매출이 37.5% 줄어든 반면, 인텔은 16.7% 주는 데 그쳐서입니다.
코로나 이후 물가, 금리가 올라 IT 기기 소비가 꺾이면서 제조사 반도체 수요도 주춤해 메모리 업황이 한파를 겪은 가운데, 인텔이 삼성보다 매출 감소를 잘 방어한 겁니다.
[앵커]
주력인 반도체, 스마트폰 모두 이제 1등, 초격차 타이틀을 쓰기 민망해질 수도 있겠는데, 회사 밖에서는 어떤 평가들이 나옵니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읽었다고 해 화제가 됐던 '반도체 삼국지'를 쓴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삼성 반도체가 1등에 안주해 경쟁자들에 쫓기는 형국"이라며, 우리나라도 과거 일본처럼 반도체 패권을 내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인공지능이 일상에 빠르게 스며드는 가운데, AI 서버 등 대량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HBM3,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준 게 대표적입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소위 '갑'의 자세를 내려놓고 엔비디아 등 고객사 요구를 철저히 맞춰서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에 들어가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수주전에서 SK하이닉스와 승부를 벌일 텐데, 10년여 동안 엔비디아와 개발을 함께한 SK하이닉스가 우세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것 또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뼈아픈 부분입니다.
[이종환 /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 : 먼저 기술을 개발해서 시작을 하면, 빨리 수율이 안정이 되거든요. 단가를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것과 직결이 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는 HBM 반도체 공정에서의 안정성은 조금 더 낫다고 봐야 하는 것이죠.]
[앵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반도체 포트폴리오 조정도 시급하지 않습니까?
[기자]
매출 비중이 70%가 넘는 메모리 편중을 낮추기 위해 파운드리에도 투자를 하고 있지만, 대만 TSMC와의 압도적 점유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도 있습니다.
3나노 파운드리의 경우, TSMC 고객사인 애플과 같은 대형 고객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알려진 것도 뼈아픈 부분입니다.
내부에서도 임원들이 각성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데요.
지난 17일 경계현 사장이 DS부문 비상임원회의 열고 연봉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앵커]
궁극적인 돌파구를 찾으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만, 뚜렷한 것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종희 부회장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CES에서 뭔가 나올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조짐은 없는데요.
지난 2017년 전장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9조 2천억 원 들여 하만을 인수한 이후,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은 없었습니다.
신사업 투자의 발목을 잡는 건,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입니다.
다음 달 5일,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사건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는데요.
이 회장은 해당 사건으로 100번 가깝게 법정에 섰습니다.
검찰과 이 회장 측이 재판부에 의견서를 계속 내면서 추가 검토가 불가피해져 선고일이 미뤄질 정도로 양측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번 1심 선고에서 법원이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 이 회장 경영 활동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업계에서 삼성을 가리킬 때, '관리의 삼성'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요.
인공지능 일상화 등으로 산업계가 격변기를 맞은 가운데서, 어떤 관리 능력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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