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모녀 vs. 장차남의 난…'한국판 바이엘' 제동? ['생생' 제약-바이오]
SBS Biz 이광호
입력2024.01.18 10:27
수정2024.01.18 13:42
[앵커]
한미약품 모녀가 OCI와의 통합을 전격 발표한 가운데, 아들들이 결국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그동안 그룹 경영에서부터 이번 통합 논의에서까지 소외 돼왔던 장남이 차남과 함께 법적 대응에 나선 건데요.
한미가에 몰아닥친 소용돌이, 이광호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결국 행동에 나섰네요?
[기자]
임종윤 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바이오 기업 코리그룹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난 17일 동생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과 함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미약품그룹의 모회사 한미사이언스가 유상증자를 통해 OCI홀딩스에 주식을 주려고 했던 작업을 멈춰 달라는 건데요.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 그룹 통합 작업도 멈추게 됩니다.
[앵커]
가처분 인용 여부를 가를 쟁점은 뭔가요?
[기자]
유상증자의 목적이 뭐냐가 중요한데요.
한미사이언스는 앞서 유상증자의 목적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상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대로라면 규정상 문제가 없을 텐데, 임종윤 사장 측에서는 이것이 경영권 매각이라고 보고 있는 겁니다.
임 사장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가처분 신청도 인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이뤄진 OCI와 한미약품그룹의 합병 방식을 보면, OCI그룹의 지주사인 OCI홀딩스가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통합지주사가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임 사장의 주장대로 한미사이언스가 매각되는 것 같지만, 이 통합지주사의 최대주주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된다는 점에서 얘기가 달라집니다.
임주현 사장이 8.6%, 엄마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1.7%로, 통합을 주도한 두 모녀가 10% 넘는 지분을 갖게 되는 구조입니다.
[앵커]
그래서 소유구조가 섞이는 '동등한 통합'이라는 해석이 나왔던 건데, 이번 통합을 경영권 매각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도 있습니까?
[기자]
통합되는 지주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게 누구냐는 부분입니다.
임주현 사장이 개인 자격으로 최대주주에 오르긴 하지만, 송영숙 회장과 합쳐도 지분율이 10.4%입니다.
OCI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친 지분율은 25.7%에 달해 한미 측 지분을 압도할 수 있습니다.
법적인 부분과 별개로 실질적인 통합 그룹의 의결권에서는 OCI가 앞선다는 건데,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정윤택 /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 : 동등한 합병이라는 건 명분을 내세우기 위한 것으로 판단이 되고요. 실질적으로 OCI 쪽에서 지배권이 있지 않은가 하는 판단이 들고요. 한미가 지금까지 추구했던 신약 파이프라인과 글로벌 진출이라는 명제를 얼마큼 해결해 주고 계속 밀어줄지, 이런 게 주요한 관전 포인트이지 않을까….]
[앵커]
그런데 당초 경영권 분쟁의 '키맨'으로 여겨졌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일단 가처분 신청엔 참여하지 않았네요?
[기자]
현재까지로는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가처분 신청 이후에 집안싸움이 더 격화된다면 지분 다툼으로 갈 수도 있을 텐데, 이때 신동국 회장의 존재가 중요해지는데요.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모녀가 22%, 장차남이 21% 정도입니다.
여기서 작고한 아버지 임성기 창업주와 돈독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을 장차남이 확보한다면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습니다.
[앵커]
한미가 최근 다른 사모펀드와 공동경영을 하겠다고도 했었잖아요?
이건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라데팡스 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가 백기사로 등장해 최근 몇 년 한미그룹의 경영 자문을 하고 있는데요.
다만 자금사정으로 한미와 지분 관계를 맺진 못했습니다.
라데팡스는 한미그룹의 "선진 지배구조 완성을 위해 이번 통합을 주도했다"고도 밝혔는데, 법정 다툼에 돌입한 만큼 자문 계약마저 지속될지 불확실해진 셈입니다.
[앵커]
한미가 통합을 시도했던 주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상속세 때문이었잖아요.
지금 상속세 관련 현황은 어떤가요?
[기자]
한미약품 일가를 오랫동안 괴롭혔죠.
오너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5천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간 상속세를 내려고 동원 가능한 갖가지 수단이 활용됐는데요.
송 회장과 3남매가 받은 주식담보대출만 총 4천400억 원.
여기에 사모펀드에게 되사는 조건으로 주식을 팔기도 했고, 다른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빌리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2천억 원의 상속세가 아직 해결이 안 된 것으로 추정되고, 고금리 상황에서 과거받았던 주식담보대출의 만기가 다가오는 점도 부담입니다.
당장 송 회장의 800억 원대 단일 대출 만기가 3월 2일입니다.
[앵커]
통합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두 그룹이 각자 얻는 건 뭡니까?
[기자]
OCI는 신사업을, 한미약품은 연구개발에 쓸 현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당장 이번 한미사이언스 유상증자를 통해서도 OCI 자금 2천400억 원이 투입될 계획이었습니다.
[오병용 / 한양증권 연구원 : 한미약품 같은 경우는 워낙 자금이 많이 필요한 신약 개발을 하고 있는 회사니까…. OCI는 분기에 수천억을 벌어들이는 회사거든요. 그래서 자금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다(라고 봅니다.)]
OCI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인데요.
제약·바이오라는 신사업으로 영역을 넓힐 기회를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투자로 얻는 셈입니다.
OCI가 이번 계약에서 현금으로 부담할 액수는 총 5천200억 원가량으로, OCI홀딩스 한 해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만 증권가 평가를 종합하면 두 회사의 통합이 실제 사업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이광호 기자, 잘 들었습니다.
한미약품 모녀가 OCI와의 통합을 전격 발표한 가운데, 아들들이 결국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그동안 그룹 경영에서부터 이번 통합 논의에서까지 소외 돼왔던 장남이 차남과 함께 법적 대응에 나선 건데요.
한미가에 몰아닥친 소용돌이, 이광호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결국 행동에 나섰네요?
[기자]
임종윤 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바이오 기업 코리그룹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난 17일 동생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과 함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미약품그룹의 모회사 한미사이언스가 유상증자를 통해 OCI홀딩스에 주식을 주려고 했던 작업을 멈춰 달라는 건데요.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 그룹 통합 작업도 멈추게 됩니다.
[앵커]
가처분 인용 여부를 가를 쟁점은 뭔가요?
[기자]
유상증자의 목적이 뭐냐가 중요한데요.
한미사이언스는 앞서 유상증자의 목적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상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대로라면 규정상 문제가 없을 텐데, 임종윤 사장 측에서는 이것이 경영권 매각이라고 보고 있는 겁니다.
임 사장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가처분 신청도 인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이뤄진 OCI와 한미약품그룹의 합병 방식을 보면, OCI그룹의 지주사인 OCI홀딩스가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통합지주사가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임 사장의 주장대로 한미사이언스가 매각되는 것 같지만, 이 통합지주사의 최대주주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된다는 점에서 얘기가 달라집니다.
임주현 사장이 8.6%, 엄마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1.7%로, 통합을 주도한 두 모녀가 10% 넘는 지분을 갖게 되는 구조입니다.
[앵커]
그래서 소유구조가 섞이는 '동등한 통합'이라는 해석이 나왔던 건데, 이번 통합을 경영권 매각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도 있습니까?
[기자]
통합되는 지주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게 누구냐는 부분입니다.
임주현 사장이 개인 자격으로 최대주주에 오르긴 하지만, 송영숙 회장과 합쳐도 지분율이 10.4%입니다.
OCI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친 지분율은 25.7%에 달해 한미 측 지분을 압도할 수 있습니다.
법적인 부분과 별개로 실질적인 통합 그룹의 의결권에서는 OCI가 앞선다는 건데,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정윤택 /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 : 동등한 합병이라는 건 명분을 내세우기 위한 것으로 판단이 되고요. 실질적으로 OCI 쪽에서 지배권이 있지 않은가 하는 판단이 들고요. 한미가 지금까지 추구했던 신약 파이프라인과 글로벌 진출이라는 명제를 얼마큼 해결해 주고 계속 밀어줄지, 이런 게 주요한 관전 포인트이지 않을까….]
[앵커]
그런데 당초 경영권 분쟁의 '키맨'으로 여겨졌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일단 가처분 신청엔 참여하지 않았네요?
[기자]
현재까지로는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가처분 신청 이후에 집안싸움이 더 격화된다면 지분 다툼으로 갈 수도 있을 텐데, 이때 신동국 회장의 존재가 중요해지는데요.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모녀가 22%, 장차남이 21% 정도입니다.
여기서 작고한 아버지 임성기 창업주와 돈독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을 장차남이 확보한다면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습니다.
[앵커]
한미가 최근 다른 사모펀드와 공동경영을 하겠다고도 했었잖아요?
이건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라데팡스 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가 백기사로 등장해 최근 몇 년 한미그룹의 경영 자문을 하고 있는데요.
다만 자금사정으로 한미와 지분 관계를 맺진 못했습니다.
라데팡스는 한미그룹의 "선진 지배구조 완성을 위해 이번 통합을 주도했다"고도 밝혔는데, 법정 다툼에 돌입한 만큼 자문 계약마저 지속될지 불확실해진 셈입니다.
[앵커]
한미가 통합을 시도했던 주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상속세 때문이었잖아요.
지금 상속세 관련 현황은 어떤가요?
[기자]
한미약품 일가를 오랫동안 괴롭혔죠.
오너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5천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간 상속세를 내려고 동원 가능한 갖가지 수단이 활용됐는데요.
송 회장과 3남매가 받은 주식담보대출만 총 4천400억 원.
여기에 사모펀드에게 되사는 조건으로 주식을 팔기도 했고, 다른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빌리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2천억 원의 상속세가 아직 해결이 안 된 것으로 추정되고, 고금리 상황에서 과거받았던 주식담보대출의 만기가 다가오는 점도 부담입니다.
당장 송 회장의 800억 원대 단일 대출 만기가 3월 2일입니다.
[앵커]
통합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두 그룹이 각자 얻는 건 뭡니까?
[기자]
OCI는 신사업을, 한미약품은 연구개발에 쓸 현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당장 이번 한미사이언스 유상증자를 통해서도 OCI 자금 2천400억 원이 투입될 계획이었습니다.
[오병용 / 한양증권 연구원 : 한미약품 같은 경우는 워낙 자금이 많이 필요한 신약 개발을 하고 있는 회사니까…. OCI는 분기에 수천억을 벌어들이는 회사거든요. 그래서 자금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다(라고 봅니다.)]
OCI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인데요.
제약·바이오라는 신사업으로 영역을 넓힐 기회를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투자로 얻는 셈입니다.
OCI가 이번 계약에서 현금으로 부담할 액수는 총 5천200억 원가량으로, OCI홀딩스 한 해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만 증권가 평가를 종합하면 두 회사의 통합이 실제 사업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이광호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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