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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림동 전세사고 터졌다…집주인 은행 빚만 80억

SBS Biz 최지수
입력2024.01.15 08:55
수정2024.01.16 15:12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 밀집가 ※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부동산 사업을 한 일가족이 가진 건물 4채가 동시에 경매에 넘어가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집주인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은행 빚에 대한 원리금 상환을 못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해당 건물에 살고 있는 임차인들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오늘(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해당 집주인 일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신축건물은 법인 명의 포함 최소 8개로 파악됩니다.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은 단독주택 유형 중 하나인 '다중주택'입니다. 등기상 집주인은 한 명이지만 건물 내에 각 호별로 여러 세대가 살 수 있는 구조입니다. 8채 모두에 은행 근저당권이 걸려있고 원리금이 연체된 4채는 지난해 12월 경매 개시가 결정됐습니다. 

토지 담보 대출 받아 임대 사업…은행 빚만 84억
집주인 일가족은 해당 건물을 짓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토지를 담보로 은행들로부터 수억원대 대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은행에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지난해 12월에만 4개 건물에 대해 법원의 경매 개시가 결정됐습니다. 은행은 채무자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을 연체하면 주택에 대한 임의경매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부 신축 건물이기 때문에 각 건물별 융자금이 높은 상황입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들 명의로 된 8개 건물의 근저당권 채권최고액(근저당권자가 반환받을 수 있는 최대금액)은 84억6천만원에 달합니다. 고금리 상황과 맞물려 많은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수준까지 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집주인 가족은 세입자에 "계속 오른 금리와 여러 상황이 악화돼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건물을 포기할 상태까지 왔다"고 포기 의사를 전했습니다. 이후 전화번호를 바꾸고 연락을 받지 않는 등 보증금 반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세입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집주인 일가족, 건물 포기 의사 전달…세입자 '발 동동'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낸 메시지]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은행이 건물에 대해 근저당권을 걸어놓았기 때문에 경매에서 주택이 낙찰된다고 하더라도 은행이 임차인들보다 우선순위가 됩니다. 그나마 은행 다음 순위에 있는 임차인이라면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겠지만 후순위 임차인일수록 확정일자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세입자 A씨는 1억6천만원 보증금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해당 건물에 대해 최우선변제를 받기 위한 전세금 기준이 1억1천만원으로, A씨 보증금은 이를 넘기 때문에 최우선 변제도 받을 수 없습니다. 현재 파악되는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은 1억7천만원, 1억6천만원, 적게는 9천만원 등 1억원 내외 수준입니다.

계약 만기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대항력 유지를 위해 '임차권 설정 등기'를 한 임차인만 7명인데, 집주인 가족의 건물이 8채인 만큼 전세 만료 기간이 도래하지 않은 세대까지 포함하면 피해 임차인 수는 훨씬 불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또 실제 경매가 개시되기까지는 6개월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입니다. 

법 개정됐지만…봉천동·부산 등 전세사고 잇따라
최근 봉천동 빌라, 부산 전세사기 의혹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연초부터 전세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융자금이 높은 신축 건물이나 한 집주인 아래에 여러 세입자가 살고 있는 다가구주택 같은 경우는 세입자들이 전세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큽니다. 건물 내에 몇명의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지, 선순위 보증금이 얼마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세입자가 집주인의 선순위 보증금이나 미납 세금을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됐지만 세입자들이 모든 걸 스스로 챙기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또 법 개정 이전에 맺은 임대차 계약들도 수두룩해 여전히 여러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가 잠재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끊이지 않는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로 인해 적지 않은 세입자들이 몇 년간 모은 돈을 전부 잃고 빚까지 떠안는 신세에 놓여있는 만큼 전세사기의 방지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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