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티빙도 KBO도 부담인 '유료화'…네이버·야구팬, 저마다의 '기대'
SBS Biz 김완진
입력2024.01.11 18:14
수정2024.01.23 09:45
최근 스포츠, 미디어 업계와 야구 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 유료화입니다. 지금까지 여론은 '포털에서 공짜로 보던 야구를 돈 내고 보는 게 실화?'가 대세입니다.
지난 3일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주관한 중계권 입찰 과정에서, 티빙 대주주인 CJ ENM이 기존 연간 계약금액 (220억) 2배인 400억 원 넘게 제시해 우선협상 대상자가 됐습니다. 티빙은 유료 OTT인 만큼, 기본적으로 돈을 내야 야구 중계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야구팬 사이에서 '네이버는 뭐 하다가 중계권 놓치게 생겨서 야구를 돈 내고 보게 만드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유료화를 부를 '티빙'과, '유료화를 부를 티빙'이 중계권을 따내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네이버까지, 야구팬의 '공공의 적'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억울한 네이버
일단 입찰에 뛰어든 사업자들의 베팅액 차이가 생각보다 컸던 것이 절대적이었는데, 압도적 차이를 만든 주인공은 막상 입찰에 참여도 하지 않은 쿠팡이었습니다.
티빙은 웨이브와의 합병을 앞두고 지분율 산정의 우위를 확보하려면 이용자 추가 확보가 절실했던 가운데, 기존에 갖고 있던 아시아축구연맹 주관 경기 통합 중계권인 AFC 패키지와 독일 분데스리가 중계권까지 쿠팡플레이에 내준 데 이어 프로야구마저 놓치면 큰일이었던 처지였습니다.
결국 티빙은 자금력을 앞세울 것으로 예상된 쿠팡플레이와의 '쩐의 전쟁'에 대비해 파격적인 베팅을 했는데, 정작 쿠팡플레이가 불참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나머지 경쟁자들과 금액 측면에서 홀로 '넘사벽' 격차를 벌린 셈이 됐습니다.
네이버는 무료 중계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간 계약금보다 100억 원 가량 많이 불렀지만, 시장 예상을 뛰어넘고 200억 원 넘게 '더' 부른 티빙에 밀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네이버가 자사 포털 이외 다른 플랫폼에서 영상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 때문에 점수를 못 얻고 결국 티빙에 밀린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사실은 달랐습니다.
네이버 측은 "입찰제안서에 KBO와 구단은 경기 종료 이후 공식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해 중계 콘텐츠 일부를 VOD에 활용 가능하도록 명시했고, 네이버 컨소시엄(네이버·SKT·LGU+·아프리카TV)은 당연히 관련 계약 조건을 따를 예정이었다"며, 네이버를 비롯한 컨소시엄사 플랫폼 이외인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KBO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2차 창작물 제작 관련해서도 네이버 '치지직' 서비스와 '아프리카 TV' 등을 통해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무료중계 여지는 아직
티빙이 바로 유료 중계를 하지 않고 첫 해는 전면 또는 부분 무료 중계하기로 하는 대신, 중계권을 네이버에 '재판매'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간 1000억 원대 적자에 시달리는 와중에 400억 원을 고스란히 더 쓰게 생겼는데, 여론을 의식한 KBO 압박으로 무료 중계까지 하게 되면 재무 부담이 심각해지기 때문입니다.
네이버가 중계권을 재구매할 경우, 기존 포털에서 야구 중계를 하던대로 무료 제공할테고 자연스럽게 시청자 동요도 잦아들 것으로 보입니다.
야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를 더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은 KBO도, 티빙이 네이버에 중계권 재판매 하는 것을 내심 바랄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20여 년 가까이 야구 중계를 하며 쌓아온 데이터와 분석력 뿐만 아니라, 타자의 타격·출루 여부와 투수의 구속·구질, 모든 타석별 영상 보기 등 관람을 돕는 기능 등 중계 노하우가 상당해서입니다.
이달 12일부터 열리는 아시안컵도 티빙이 보유한 온라인 중계권을 네이버가 일부 재구매해 '다시보기' 등 서비스를 합니다.
티빙의 복잡한 계산
몰론, 칼자루를 쥐고 있는 티빙이 과연 네이버에 재판매 카드를 꺼낼지는 미지수입니다.
티빙에게는 웨이브와의 '불리한' 합병도, OTT 시장에서 '조연'으로 밀릴 가능성도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적자 늪에서도 연 400억 원을 더 쓰고 재판매도 하지 않으면서 무료 제공까지 해 완전 '독점' 중계 체제를 굳혀, 오로지 '이용자' 추가 확보만 노릴 수도 있는 배경입니다.
또한 네이버에게 돈을 받더라도 중계나 다시보기 등 여지를 열어줬다가, 이용자 뿐만 아니라 이닝 사이의 광고 물량이 분산되는 것도 티빙에게는 부담입니다. 얄짤없는 독점 체제를 밀어붙일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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