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최후 보루 삼성물산 판 세 모녀…이재용, '대출+배당'으로 상속세

SBS Biz 배진솔
입력2024.01.11 17:38
수정2024.01.12 13:46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 일부를 매각한 가운데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삼성물산 주식도 처음으로 매각되면서 그야말로 전방위적 조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장남인 이재용 회장은 경영권 지배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보유 지분 활용을 최소로 하고 신용대출과 배당 소득 등으로 상속세를 내고 있습니다. 

'최후 보루' 삼성물산 지분율 감소

12일 업계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전자 지분 총 2조1천689억원어치를 블록딜 형태로 처분했습니다.

여기에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0.65%), 삼성SDS(1.95%), 삼성생명(1.16%)의 일부 지분도 블록딜 형태로 처분하면서 세 모녀는 이번에 총 2조8천억원 규모를 조달했습니다. 



2020년 10월 상속 이후 유일하게 오너 일가가 매각하지 않은 주식은 '삼성물산'이었지만, 결국 그룹 지배력의 정점으로 '마지막 보루'로 꼽히던 삼성물산 주식까지 처분 대상에 올랐습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삼성물산은 사실상의 지주회사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43.10%), 삼성전자(5.01%), 삼성생명(19.30%)  등 회사 지분을 쥐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삼성물산 지분의 33.63%(지난해 12월 기준)를 갖고 있고, 삼성생명 → 삼성전자 → 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입니다. 

이번 블록딜로 이부진 사장의 삼성물산 지분이 6.23%에서 5.58%로 낮아지면서 이재용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삼성물산 지분은 33.63%에서 32.98%로 지분율이 떨어질 예정입니다. 

현행 상법상 지분 33.3%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과 결부해 안정적 지배력을 가르는 상징적 수치로 통하고 있는데, 그 안팎으로 아슬아슬한 상황입니다.

우호적 지분 합치면 42%…이재용 상속세 재원, 대출+배당
일각에선 그룹 장악을 위해선 경영권 확보뿐 아니라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 지배력(지분율) 확대도 필수인 만큼, 지배구조 불안정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지분의 과반 이상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언제든지 경영을 잘 못하는 순간 흔들릴 수 있다"며 "다만, 이번 블록딜에 따른 지배력 변수는 거의 없다 "고 말했습니다. 

이부진 사장의 매각 결정 역시 이에 대한 확신에 기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배구조가 직접적인 지분율을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호적 지분 구조가 있으면 지배구조에 도움되기 때문에 이부진 매각만으로 지배구조 흔들린다 평가하긴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머지 주요 주주(지분 5% 이상)는 KCC와 국민연금이 전부인데, 2대주주인 KCC(9.17%)는 삼성의 백기사이자 우군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KCC는 2015년 6월 삼성이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을 당시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 방어를 도와줬습니다. 이후 경영권이 안정된 후에도 지분을 팔지 않고 계속 유지 중입니다.

또 장남인 이재용 회장은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해 2021년 9월30일자로 의결권이 있는 삼성전자 주식 583만5463주(0.1%)와 삼성물산, 삼성SDS 주식을 납세담보로 서울서부지법에 공탁했으나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이나 매각은 한 건도 없었습니다. 

2017년부터 무보수 경영을 해온 이 회장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의 배당금과 일부 신용대출로 상속세를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2021년 시중은행 2곳에서 각각 2천억원씩 총 4천억원 신용대출을 받은 바 있습니다. 또 2022년 기준 배당금으로 총 3천48억원을 받았습니다.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전자, 삼성SDS의 배당금입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배진솔다른기사
관세 피하려는 美 공장 비용 급증
카카오, 2026년까지 잉여현금흐름 20∼35% 주주 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