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나도 해지 막아야 고성과?…금감원, 국민銀 등 검사 돌입
SBS Biz 김성훈
입력2024.01.05 14:34
수정2024.01.08 05:41
이에 따라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판매사들에 대한 고강도 검사에 들어갑니다.
"국민銀, 손실 위험 커졌는데 판매 더 늘려"
오늘(7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12월 중 H 지수 ELS 판매 12개 금융사에 대한 현장·서면조사를 진행한 결과, 판매사들의 전반적인 관리체계상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먼저 은행 등 ELS 판매사들이 판매 한도 관리가 미흡했다고 판단했습니다.
ELS의 판매가 주로 이뤄진 2021년 초반 홍콩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된 점을 감안했을 때 판매사들이 고위험 상품인 ELS 판매를 억제해야 했지만, 수수료 수익을 위해 무리하게 영업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봤습니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국민은행의 경우 지수의 변동성이 30% 이상일 경우 판매 한도의 50%만 판매하겠다는 자체 내부 규정을 정했는데, 80%까지 끌어올려 판매한 사례가 발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리스크 관리 부분이 부실하게 이뤄진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고객의 수익률을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 과도하게 반영해 무리한 판매를 유도했다고 봤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은 1000점 만점인 성과지표에서 ELS 판매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배점은 410점으로 40%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ELS 가입 고객이 조건을 충족할 때 얻는 수익률(쿠폰 수익률)을 성과평가시 반영하는 평가 체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고객의 쿠폰 수익률이 5%라면, 판매 직원의 성과평과에도 5%가 반영되는 식입니다.
그런데 ELS 구조상 6개월마다 도래하는 조기상환 시점에 손실이 발생했더라도 손실률이 아닌 5% 쿠폰 수익률이 그대로 성과평가에 반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충현 부원장보는 "손실이 나더라도 똑같은 쿠폰 수익률을 (성과평가에) 반영해주다 보니 은행 직원들이 ELS를 계속해서 많이 팔 유인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또 손실을 본 고객이 중도해지를 요청한 경우 중도해지가 이뤄지면 손실율을 성과평가에 반영하지만, 중도해지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쿠폰 수익률을 그대로 성과평가에 반영하는 구조도 확인했습니다.
이런 성과평가 구조 때문에 고객이 중도해지 요청을 하더라도 직원이 중도해지를 안 해준 사례가 있을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부 판매사에선 10년간 보관 의무가 있는 신탁계약서나 투자자정보 확인서 등 일부 계약 관련 서류를 보관하지 않은 점도 포착했습니다.
손실폭탄 시작…'불완전판매' 고강도 검사
지난해 11월 기준 홍콩 ELS 판매 잔액은 모두 19조3천억원, 40만4천계좌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약 80%에 달하는 15조4천억원의 만기가 올해 안에 돌아오고, 1분기 만기 도래 규모도 3조9천억원에 달합니다.
박 부원장보는 "지난 5일부터 손실이 확정되는 분들이 처음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손실 확정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발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현장 검사도 실시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우선 금감원은 내일(8일)부터 홍콩 ELS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들어갑니다.
이달 중에 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과 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증권 등 나머지 판매사에 대해서도 신속히 검사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검사에선 판매 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 위반 여부와 판매 한도관리 등 전반적인 관리체계에 대한 심층 점검이 이뤄집니다.
특히 국민은행과 한투증권에 대해선 분쟁민원 사실 관계 파악 등을 위한 민원조사도 동시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손실 투자자의 배상과 관련된 '불완전판매' 여부를 들여다 볼 계획입니다.
박 부원장보 "불완전 판매라든지 판매 행위 과정에서의 불법 인지사항 이런 부분에 대해서 빨리 정리를 해 배당기준을 최대한 신속하게 확정할 생각"이라며 "배상 기준을 마련하게 되면 (금융사가) 자율 배상을 할 수도 있고, 또 그 기준에 따라서 분쟁 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금감원의 투자자 유형 분석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 비중은 8만6천계좌로 전체의 21.6%로 나타났습니다.
과거 투자경험이 없는 첫 투자자 비중은 3만4천계좌, 8.6%로 조사됐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사의 관련 법령상의 판매원칙에 대한 실질적 준수 여부와 함께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균형있게 고려해 분쟁 민원을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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