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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동 틀 날' 온다…아픈 손가락 '낸드'는 언제쯤?

SBS Biz 이민후
입력2023.12.30 09:50
수정2023.12.31 11:09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올해 반도체 업계는 악몽 같은 한 해를 보냈습니다. 

다만, 인공지능(AI)이 반도체의 새로운 응용처로 부상하면서 업계는 적자폭을 간신히 줄였습니다. 

아픈 손가락인 '낸드플래시'도 AI에서 돌파구를 찾으면서 내년 하반기에야 완연한 '반도체의 봄'을 맞이할 전망입니다.

'최악의 성적표'에 '감산'
반도체 업계의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들었습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까지 21조원 규모의 적자를 냈습니다. 

삼성전자의 DS 부문은 올해 3분기까지 총 12조6천900억원의 적자를,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8조원 규모의 적자를 냈습니다. 

코로나로 양적 완화가 끝나고 지난해 중순부터 예고된 고금리에 시름을 겪으며 두 회사의 재고자산은 빠르게 늘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일찍이 지난해 4분기 저가 메모리 반도체의 감산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삼성전자도 지난 1분기 25년 만에 감산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대폭 줄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조사기관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는 5천201억달러(약 679조원)로 지난해보다 9.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896억달러(약 118조원)로 지난해와 견줘 31.0% 급감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경기침체의 풍파를 맞는 와중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소홀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드러냈습니다.

AI 반도체 시장 '독점'…D램 회복세 돌입
올해 반도체의 업계의 '쿠션'이 된 건 AI향 메모리,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부가가치 제품인 DDR5 D램 중심 메모리반도체의 조기반등이었습니다.

챗GPT가 몰고 온 AI 열풍에 HBM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내년도 물량까지 '조기완판'이라는 업계의 소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자료=트렌드포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47~49%를 기록하고 마이크론이 3~5%를 차지할 것으로 점쳤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양강 구도를 나타내면서 HBM 5세대 제품 'HBM3E'로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HBM3E의 성능을 엔비디아로부터 검증받았고 내년 상반기 양산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삼성전자는 '샤인볼트'라는 이름의 HBM3E를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고객사에게 성능테스트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에도 AI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관측에 HBM이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했습니다.

동시에 최선단 D램의 완연한 회복세도 올해 반등세에 한 몫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2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전 달보다 6.45% 상승한 1.6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D램 가격은 지난 10월 15.38% 오르며 2021년 7월(7.89% 상승) 이후 2년 3개월 만에 반등한 이후 지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의 감산 효과로 재고가 소진되면서 2년 넘게 이어진 가격 하락세가 멈추고 있는 셈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현재 D램 시장은 내년 1분기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며 "내년 1분기에는 PC D램 제품 계약 가격이 올해 4분기와 비교할 때 10∼15%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랜 기간 반도체 업황을 괴롭혀 왔던 과잉 재고가 올 연말을 지나면서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감산 이후 '공급자 우위'로 돌아선 메모리 반도체는 '과잉 재고의 소진과 함께 가격의 상승 탄력이 강해지는' 업황이 펼쳐질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픈 손가락 '낸드'…그래도 '봄'은 온다
내년 1분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픈 손가락은 '낸드플래시'입니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낸드플래시는 지난 2년 동안 가격 급락에도 수요 증가 폭이 미미했지만 지속적인 공급으로 재고가 쌓였습니다.

특히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적층 기술이 핵심 경쟁력인데 낸드의 적층 수가 증가하며 투자비 부담이 커졌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반도체 경기 자체는 지금 락바텀(최저점) 형태를 벗어나는 단계"라며 "아직 가격이 더 회복되고 수급 밸런스(균형)가 제대로 맞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최 회장은 "D램은 나아지고 있지만, 낸드 쪽은 아직 거의 잠자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희소식은 온디바이스 AI입니다. 내년부터 네트워크·인터넷 없이 AI 기능을 사용하는 온디바이스 AI 제품이 쏟아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같은 AI 기능을 뒷받침하려면 기기 내부에 상당한 데이터를 축적·보관해 둬야되기 때문에 낸드는 온디바이스 AI의 필수품으로 꼽힙니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중순, 처음으로 AI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S24'를 공개합니다. 온디바이스 AI 제품의 대중화에 따라 낸드의 회복세가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이 가운데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온디바이스 AI 시장은 팽창기에 진입하며 급성장이 예상된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증가와 더불어 AI 칩과 관련된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업체들의 생태계 확장과 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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