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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페트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 러시아 공장.]

현대차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공장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이를 매입할 아트파이낸스(Art Finance)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19일 임시이사회에서 러시아 공장 매각 안건을 승인하면서 매각 대상이 러시아 현지 업체 아트파이낸스라고 발표했는데, 매각 금액은 2년 후 바이백을 조건으로 1만루블(약 14만5천원)로 확인됐습니다.

매각 자산에는 연 2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과 같은 도시에 있는 연산 10만 대 규모의 옛 제너럴모터스(GM) 공장 부지도 포함됐습니다.

매각 대상 자산 가치는 장부상 약 4100억원(현대차·기아 포함)에 달하지만 매각 예정가는 1만루블, 한화로 약 14만원에 불과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지난해 3월부터 생산과 수출이 모조리 멈춘 상태에서 ’리스크’를 덜어내는 차원에서 현지 업체에 매각하다 보니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상징적인 값에 매각하게 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앞서 일본 닛산자동차와 프랑스 르노자동차도 각각 1유로(약 1400원)와 2루블(약 28원)에 러시아 법인을 현지 업체에 넘긴 바 있습니다. 이들 기업도 바이백 조건을 달았습니다. 현대차 역시 2년 내에 되사올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붙였지만, 이땐 매각가 아닌 시세로 매입해야 합니다.

아트파이낸스는 지난 2월 중순 모스크바에 등록된 벤처캐피탈로 러시아 자동차 딜러 업체 아빌론그룹 전 사장인 안드레이 파블로비치가 아트파이낸스 지분을 사실상 전부 소유하고 있으며, 파블로비치는 아빌론그룹 사장직을 사임하고 한 달 뒤 아트파이낸스를 설립했습니다.

아트파이낸스는 지난 5월 폭스바겐 러시아 사업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는데, 당시 폭스바겐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받자 칼루가 공장 생산을 멈추고 러시아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하다 아트파이낸스에 지분을 넘겼습니다.

이후 폭스바겐 러시아 법인은 리브랜딩 작업을 거쳐 이름을 AGR자동차그룹으로 변경했습니다.

폭스바겐 공장을 인수한 업체가 현대차 러시아 공장에도 관심이 있다는 소문은 지난 8월 현지 텔레그램 채널 등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아브토포토크’ 채널은 AGR자동차그룹 고위 경영진이 현대차 공장 인수 협상을 위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갔다고 전했습니다.

현대차는 19일 “러시아 공장의 매각을 다양하게 검토한 결과 현지업체 중에서는 아트파이낸스가 가장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 언론은 현대차가 러시아에 복귀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매각 대상을 선정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현대차는 매각 후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달아 우크라이나 사태 종료 뒤 러시아로 돌아올 가능성을 열어뒀고, 기존 판매된 차량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도 계속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러시아 자동차 매체 아브토파르크는 현대차가 러시아 공장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이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러시아뿐 아니라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주변 국가에 공급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텔레그램 채널 ’러시아 자동차’는 지난달 “한국인들(현대차)은 2∼3년 안에 러시아로 돌아오고 싶어 하기 때문에 공장을 일시적으로 내놓는 계획은 르노와 비슷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프랑스 르노도 지난해 5월 러시아 자산을 단 1루블에 매각하면서 일정 기간 내 재매입할 수 있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르노가 남기고 간 공장에서는 현재 모스크비치, 라다 등 러시아 자동차가 조립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현대차 공장에서 남은 부품을 이용해 솔라리스, 리오, 크레타 등 러시아에서 인기 있는 현대차와 기아 모델을 조립하고 중국 자동차 브랜드를 붙여 판매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여러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거론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현대차 공장의 새 소유주가 가능한 한 빨리 시설을 재가동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