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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근무 거부한 워킹맘 해고하자…대법 "사업주 부당"

SBS Biz 배진솔
입력2023.12.10 14:32
수정2023.12.10 20:52


수습기간 동안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이른바 '시용기간' 중 근로자가 어린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새벽·휴일 근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본 채용을 거부한 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고속도로 영업소 관리 용역업체 B 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오늘(10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현행법에 비추어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으로 발생하는 근무상 어려움을 육아기 근로자 개인이 전적으로 감당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는 육아기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러한 사업주의 '배려의무'는 △근로자가 처한 환경 △사업장 규모와 인력 운영 여건 △사업 운영상의 필요성을 종합해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신규 채용이 아니라 (고용승계로) 8년 9개월간 이어진 수년간의 고용이 실질적으로 종료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갖는 사안"이라며, "B 사가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 의무를 다하지 않고 본채용을 거부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사건 당사자는 2008년부터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며 1살과 6살 자녀 등 두 아이를 키웠던 '워킹맘' 여성 A씨입니다.

A씨가 원래 일하던 용역업체는 출산·양육을 배려해 통상 매월 3∼5차례인 오전 6시∼오후 3시의 초번 근무를 면제했습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 조정·연장근로의 제한·근로시간의 탄력적 운영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용역업체가 2017년 4월 들어오고 수습 기간을 3개월로 정한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면서 사정이 바뀌었습니다.

B 사는 시용기간 중 A 씨에게 종전과 달리 06시~15시까지 근무하는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하라고 지시했지만, A 씨는 육아를 이유로 이를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A씨의 근태를 이유로 기준 점수 미달이라며 그해 6월 채용 거부 의사를 통보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A씨에 대한 회사의 채용 거부를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회사가 불복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고 1심은 A씨의 손을, 2심은 회사의 손을 들었습니다.

4년 가까운 심리 끝에 대법원은 회사의 채용 거부 통보가 부당하다고 판결, 다시 재판하도록 하급심 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A씨가 채용 거부 통보를 받은 때로부터 6년 6개월 만에 나온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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