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소비 멈추면서 쌓이는 명품 재고…소각도 막혀 업계 '골머리'
SBS Biz 류정현
입력2023.12.09 17:57
수정2023.12.09 20:50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며 '보복 소비'를 타고 급성장한 세계 고급 패션 브랜드 시장이 경기 둔화의 여파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고급 브랜드들이 넘쳐나는 재고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그간 꺼렸던 할인 판매를 눈에 안 띄게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시간 8일 보도했습니다.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세계 고급 패션 브랜드 시장의 올해 매출액은 3620억 유로(약 514조원)로 작년보다 약 3.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 명품 시장은 팬데믹 2년째인 2021년 31.8% 팽창한 데 이어 작년에도 20.3%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올해는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성장에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매출 부진은 우선 소비자들이 팬데믹 이후의 보복 소비에서 벗어난 데다가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소비자들이 차츰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 온라인 명품 쇼핑몰 '마이테리사'는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시장 상황"을 겪고 있다면서 지난 3분기 말 기준 재고가 1년 전보다 44%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버버리의 경우 백화점에서 안 팔린 재고를 도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경우 일반 패션기업들은 대폭 할인 판매로 재고를 소화하지만 고급 이미지를 지켜야 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할인을 꺼리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고급 브랜드들은 최근 수년간 할인 판매를 뿌리뽑기 위해 부지런히 애써왔습니다. 이를 위해 할인 판매에 적극적인 독립 소매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 제품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프라다의 경우 도매상에 대한 의존도를 2018년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상태입니다. 이제 프라다는 제품 대부분을 본사가 가격을 완전히 통제하는 자체 매장에서 판매하면서 자사 매장에서 할인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경쟁사 구찌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명품 브랜드들은 백화점의 할인 판매도 단속하고 비공식 재판매상으로 제품이 유입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급 패션 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세일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차단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냈지만 매장들이 쌓이는 재고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서 이런 전략을 고수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WSJ은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달 동안 비공식 재판매상들이 명품 브랜드들로부터 직접 재고 판매를 제안하는 연락을 받는 징후가 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이들 브랜드는 과거에는 재고를 헐값에 팔 바에야 아예 태워버리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패션 제품 소각을 법으로 금지함에 따라 이런 방식 또한 여의치 않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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