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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유전자가위 치료법 첫 승인…겸상적혈구병 치료 길 열려

SBS Biz 류정현
입력2023.12.09 11:34
수정2023.12.09 20:51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현지시간 8일 노벨상을 수상한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CRISPR)를 이용한 겸상 적혈구병 치료법을 승인했습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FDA는 12세 이상의 중증 겸상 적혈구병 환자에게 생명공학회사인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CRISPR 테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CRISPR 기반의 '카스제비(Casgevy)' 치료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승인했습니다.

겸상 적혈구병은 흑인 유전병 중 하나로 헤모글로빈 유전자 변이로 인해 적혈구의 모양이 낫이나 초승달 모양으로 변하는 질병을 말합니다.

카스제비는 환자의 헤모글로빈이 태아 시절의 정상 헤모글로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환자에게서 채취한 줄기세포에서 관련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식의 치료법입니다.

겸상 적혈구는 혈류를 방해해 통증이나 뇌졸중, 장기 부전 등을 유발합니다. 미국 내 환자만 10만명이고 이 가운데 약 20%는 중증입니다.

전국적으로 흑인 아기 365명 중 1명이 이 질환을 갖고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프리카 흑인 환자까지 합치면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고통받고 있는 셈입니다.

FDA는 또 유전자 가위 기반의 치료법 외에 일반적인 유전자 치료법을 활용한 블루버드 바이오의 '리프제니아(Lyfgenia)' 치료법도 승인했습니다.

리프제니아는 환자에게 변형된 유전자 사본을 주입해 기형 세포 발생을 억제하는 특정 헤모글로빈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의 치료법입니다. FDA는 리프제니아에 앞서 겸상 적혈구를 치료하는 일반적인 유전자 치료법 1개를 승인한 바 있습니다.

다만 실제 이런 치료법으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유전자 치료는 기존 치료법인 약물치료나 수혈, 골수이식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지만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치료여서 미국 내 중증환자 2만명 중에서도 아주 소수만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승인된 유전자 가위 치료는 220만달러(약 29억원), 일반 유전자 치료에는 310만달러(약 41억원)의 가격이 책정된 상태입니다.

또 고가의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보험사의 동의 절차도 필요하고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설도 현재는 많지 않습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겸상 적혈구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현재 9개에 불과합니다.

유전자 가위 치료는 많은 의료자원을 동원해야 해 한 의료기관에서 일년에 치료할 수 있는 환자 수는 5∼10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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