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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인사이드] 거래소 이사장 또 공백 우려…손병두 빈자리 누가 오나?

SBS Biz 조슬기
입력2023.12.07 13:33
수정2023.12.11 21:06

[앵커] 

서울 여의도의 중심, 한국거래소의 분위기가 요즘 뒤숭숭합니다. 

손병두 이사장의 임기가 이달 말 끝나지만 후임 이사장을 아직까지 찾지 못해선데요. 

지지부진한 선임 작업에 과거 이사장 공백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냔 우려도 나옵니다. 

조슬기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거래소 이사장 공백 우려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요? 

[기자]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후임 인선이 지연되고 있어섭니다. 

지난달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며 차기 이사장 인선 첫발을 뗐지만 후속 작업이 더디단 평이 많은데요. 

최근 정부가 경제라인 개각을 속도감 있게 진행한 것을 감안하면 거래소가 너무 느긋하단 건데요. 

특히, 손 이사장이 2기 경제팀의 '마지막 퍼즐'인 차기 금융위원장에 유력한 인사로 거론되는 만큼 돌아가는 분위기상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게 아니냔 시선들이 많습니다. 

[앵커] 

인선을 서둘러야 할 것 같은데, 확실히 느긋하단 인상을 지울 순 없네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달 말 대통령실 경제수석에 이어 이달 초 경제부총리가 선임됐고 연말 추가 개각 가능성도 있는 만큼 속도를 내야 한단 평이 많습니다.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되는 이사장 공모 일정을 감안하면 후속 절차를 서둘러야 한단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선 작업이 더디게 이뤄지는 건 정부 '코드 인사'로 이사장 자리가 채워져서인데요. 

어차피 낙하산 인사가 거래소 수장으로 내려오는 마당에 자체적으로 공고를 내 후보자를 가려 면접에 나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판단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겁니다. 

[앵커] 

과거 이사장 공백 사태가 재연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겠군요? 

[기자] 

전·현직 관료들 간에 교통정리가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이사장 공백 시나리오가 또다시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2020년 손병두 이사장 취임 당시 이사장 자리는 한 달째 공석이었습니다. 

2017년 정지원 이사장 때도 전임인 정찬우 이사장이 8월에 물러났지만 유력 인사들의 지원 철회와 자진 사퇴, 후보자 추가 접수 파행을 거쳐 두 달여 공백기가 있었고요. 

더 거슬러 올라가 2013년에는 김봉수 이사장 사의 이후 이사장 공백이 3개월 넘게 이어져 거래소 경영 실종 상태가 지속됐던 전례도 있었습니다. 

당시 증권업계 안팎에선 자본시장 방치 논란이 일 정도로 거래소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앵커] 

차기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있나요? 

[기자] 

현재 금융 관료 출신인 4명의 후보자가 물망에 올라 있습니다. 

먼저 최훈 싱가포르 대사를 필두로 윤창호 한국증권금융 사장, 여기에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했던 정은보 보험연구원 연구자문위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데요. 

최 대사는 행정고시 35회로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등을 지낸 뒤 금융위 상임위원을 역힘했습니다. 

같은 행시 35회 출신인 윤 사장은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증권금융 사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도 전 부위원장과 정 연구자문위원도 금융 관련 요직을 섭렵한 인사들입니다. 

4명의 후보 중 앞선 평을 받는 인물은 행시 35회 동기인 최 대사와 윤 사장이고요. 

나머지 두 사람은 지난 정부의 마지막 차관과 금감원장이었단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정치인 출신 이진복 전 정무수석은 이사장직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이사장으로 낙점받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전형적인 낙하산 자리로 정권마다 부침이 잦았습니다. 

역대 이사장 중 관료 출신이 아닌 이사장은 김봉수 전 이사장이 유일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따라서 가산점을 받는 요인으로 출신 지역과 행정고시, 금융정책당국 업무 경력 등을 대체로 꼽고 있는데요. 

현재 손 이사장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서 그 힌트를 찾으면 어렵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입니다. 

여기에 거래소가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고 지역 균형 발전의 의지를 상징하는 기업이라 연고를 갖고 있다면 강점으로 부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거래소 수장이 되던 낙하산 자리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한 지지부진한 이사장 인선 과정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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