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통 큰 결단’ SK 옆집 삼성, 임금 협상 ‘수영장 2만원 공제’
SBS Biz 이민후
입력2023.12.04 11:00
수정2023.12.19 13:53
SK하이닉스가 지난달 30일 올해 임금인상분의 소급분을 지급하는 통 큰 결정을 내린 가운데 삼성전자가 최근 진행한 임금협상에서 '캐리비안베이 임직원 입장료 2만원 공제안'을 제시했습니다.
오늘(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재개된 삼성전자와 제1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의 제21차 임금협상에서 노조가 임금인상률 6%를 제시한 가운데 사측이 '성수기 캐리비안베이 2만원 공제'와 '노조 행사 물품 지원'을 제안했습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임금인상분을 조기지급 결정을 내린 가운데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국 경기 회북 둔화세와 전방 수요 악화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반도체에서 12조6천900억원의 적자를 거뒀고 영업이익도 3조7천4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90% 줄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삼성전자의 인건비 다이어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부터 '쉬는 금요일', 한 달에 한 번 월급날인 21일이 있는 주의 금요일을 쉴 수 있게 하는 '월중 휴무제'를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행복한 금요일(Happy Firday)'를 벤치마킹한 제도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복지를 가장한 인건비 줄이기'라는 볼멘소리도 나왔습니다.
SK하이닉스 '통 큰 결정'…내년도 기대감 '반영'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까지 누적으로 8조763억원의 영업적자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증가와 맞물린 고대역폭메모리(HBM) 성장세 등에 힘입어 D램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와 격차를 5%p 아래까지 따라붙었습니다.
지난달 30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흑자전환 달성시에 지급하기로 한 올해 임금인상분의 소급금을 이번달 중 일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곽 사장은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함께하는 더 소통행사'에 참석해 "(임금인상분은) 흑자전환 시 지급되는 것이지만 다운턴(하강 국면) 극복의 의미를 담아 12월에 연봉인상 소급분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는 앞선 노조와의 임협도 사실상 큰 마찰 없이 마무리 짓기도 했습니다. 노사는 지난 8월 흑자전환했을 경우 임금인상률 4.5% 합의했고 격려금 12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생산성 격려금(PI) 지급 기준 개선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PI는 목표 생산량 달성 시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는 성과급 개념입니다.
변경안에 따르면 영업이익률이 30% 이상일 시 PI 지급률을 150%, 영업이익률 15~30% 이상일 시 PI 지급률 125%, 영업이익률 15% 이하일 시 PI 지급률을 100%로 정했습니다. 영업적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영업이익률 -10~0%는 PI를 50% 까지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삼성전자. 내일 23차 임금협상…노사갈등 '분수령'
삼성전자 노조는 임협이 답보된 상태에서 인상률을 포기하고 사실상 '최후통첩'에 나섰습니다. 전삼노는 지난달 28일 열린 임협에서 당초 제시한 임금인상률 6%를 밀어붙이지 않는 대신 일시금·현금포인트 100만원, 재충전 휴가 2일, 성과급 지급 기준 변경(EVA->영업이익)을 사측에 제안했습니다.
앞서 사측이 지난 4월 노사협의회를 통해 4.1% 임금 인상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는데, 전삼노를 포함한 공동교섭단은 이에 반발하며 쟁의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 노조 간 대표교섭권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5개월 간 임단협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전으로 넘어간 임협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내일(5일) 열리는 삼성전자 노사 간의 23차 임협이 새로운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 노조가 답보 상태를 깨기 위해 임금인상률을 포기하는 등 한 발 물러난 상황에서 사측의 대답에 따라 노사 간의 관계가 새롭게 형성될 전망입니다. 사측이 SK하이닉스처럼 '통 큰' 결단으로 직원들과의 상생 의지를 드러낼지, 아니면 '반도체 한파' 속 밑질 수 없는 계산기를 두들길 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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