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길이 170m'…탄도미사일 요격 가능한 초대형 이지스함 뜬다
SBS Biz 신성우
입력2023.11.22 13:45
수정2023.11.22 15:00
[정조대왕함]
어제(21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감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북한 위성 발사체의 비행을 포착하고 끝까지 추적했던 것은 바로 우리 해군의 이지스함이었습니다.
일명 '신의 방패'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지스함은 우리 군의 핵심 전략자산입니다. 그런 이지스함이 다음 세대로의 진화를 준비 중입니다.
2세대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하고, 테스트 중인 울산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에 다녀왔습니다.
길이 170m에 폭 21m…내년 말 해군에 인도
[정조대왕함과 충남함]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에 들어서니 길이 170m, 축구장 길이의 1.5~1.6배에 달하는 거대한 이지스함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진수식을 열었던 '정조대왕함'입니다. 정조대왕함은 세종대왕함과 율곡이이함, 서애류성룡함 등 이지스 구축함 배치-I 3대 이후 도입되는 이지스 구축함 배치-II 1번함입니다.
폭은 21m, 전체 높이는 약 50m에 달하며 승조원 약 200여명이 이곳에 탑승해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내부에는 약 500여개의 격실이 있습니다.
워낙 거대하다보니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배를 한번 돌아보려면 만보가량 걸어야 한다"는 말을 장난식으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전 이지스 구축함보다 더 길어지고 무거워졌지만, '스텔스' 기능은 더욱 보완됐습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박의 바깥 면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 탐지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능력도 획기적으로 보완됐습니다. 이전까지는 적의 탄도탄을 탐지, 추적하는 것만이 가능했지만, 정조대왕함은 한국 최초로 해상에서 탄도미사일을 탐지, 추적, 요격까지 가능합니다. 날씨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최대 500km까지 탐지가 가능하며, 150km까지 요격할 수 있습니다.
정조대왕함에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SM-6' 탑재가 결정된 상태입니다.
정도대왕함은 약 500여개 항목에 대한 시험평가 작업을 마치고 내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간단하게는 격실 등 문이 잘 닫히고 열리는지부터 사격 시험, 시운전까지 다양한 평가를 거쳐 해군이 주문한대로 배가 잘 만들었는지를 평가하게 됩니다.
'미니 이지스함', 충남함…신규 장비 다량 탑재
정조대왕함 옆으로는 함대를 호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호위함, '충남함'이 정박돼 있었습니다.
정조대왕 함 대비 작은 크기로 일명 '미니 이지스함'이라 불리며, 해군에서 운용 중인 구형 호위함을 대체할 6척의 3천600톤급 신형 호위함 울산급 배치-III의 첫번째 함정입니다.
올해 4월 진수됐으며, 정조대왕함과 마찬가지로 진행 중인 시험평가를 마친 뒤 내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충남함은 길이 129m, 폭 14.8m로 5인치 함포, 경어뢰 등을 주요 무장으로 장착하고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해 연구 개발한 장비가 대거 적용됐습니다.
4면 고정형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와 수상함 음파탐지장치 신호 수신체계 등 신규 장비들이 탑재됐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4면 고정형 레이더로 기존 회전형 탐지 레이더 대비 공백 시간 없이 다수의 대공 표적에 대해 동시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2030년 매출 2조원 달성…수출에 박차"
특수선사업부를 둘러보니, 군함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HD현대중공업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특수선사업부는 HD현대중공업 전체 매출에 10%에도 미치지 못하며, 상선 대비 영업이익률도 저조합니다. 그럼에도 HD현대중공업은 군함 부문을 키워 특수선사업부만으로도 자립이 가능하도록 성장시키겠다는 방침입니다. 글로벌 함정 시장이 2030년 444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입니다.
그 성장을 위해 '수출'에 집중합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이날 "1년에 약 2조2천억원 가량 국내 군함 수주 물량이 나온다"며, "각 사가 나눠서 수주한다고 해도 1조원 미만이라 국내 물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내수 시장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것입니다. 주원호 부사장은 "수출을 중심으로 오는 2030년에는 특수선사업부에서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10위권 밖에 있는 군함 부문을 5위권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에는 국내 수주전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기밀 유출 사고로 인해 입찰 시 벌점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주원호 부사장은 "과거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보안 시스템을 철저히 구축하고 있다"며, "기술력으로 넘기 힘든 큰 폭의 벌점을 받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당분간 국내 함정 수주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해외 시장을 위해 조선소 인수, 지분 투자, 현지 법인 등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며,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준비 중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성장 중인 시장 규모에 맞게 군함 수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이 이지스함을 만들어낸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글로벌 5위권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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