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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공시가 현실화 계획' 사실상 폐기

SBS Biz 이한나
입력2023.11.21 14:44
수정2023.11.21 16:32

[지난 20일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공청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계획)을 원점 재검토하는 동시에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다시 동결한 것은 국민 세 부담 등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수립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사실상 폐기로 받아들여지는 이번 조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일부 수정만으로는 보유세 부담 확대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민심을 의식한 결과로도 풀이됩니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시가격 상승으로 세 부담이 더 높아질 경우 국민 불만이 팽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정부는 연구용역을 거쳐 총선 뒤인 내년 하반기에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만든다는 방침입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내년 공시가 현실화율 동결하고 '현실화 계획'은 사실상 폐기


정부는 오늘(21일)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와 동일한 69.0%(공동주택 기준)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 방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는 전 정부가 세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사실상 폐기한다는 의미입니다.

전날 열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공청회에서도 "필요성 및 타당성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와 이러한 수순이 예고됐습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가지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중요 지표입니다. 즉 공시가격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민감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정부에서 빠른 속도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을 추진하면서 여러 문제가 노출됐습니다.

현실화 계획을 먼저 세워놓고 이에 맞춰 공시가격을 끌어올리려다 보니 국민의 기대와 실제 공시가격이 괴리되면서 공시가격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습니다. 또 부동산 시장 급변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아 부동산 하락기에는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아지는 문제도 나타났습니다.

조세 형평성을 위해선 시세 반영률 자체가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고가주택(9억원 이상)과 토지에 대해서는 빠른 시세 반영을, 저가 주택(9억 미만)에 대해서는 형평성 제고를 우선적 목표로 설정하면서 공시가격의 공정성 문제도 대두됐습니다.

예컨대 지난해 9억원 미만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9.4%, 9억∼15억은 75.1%, 15억원 이상은 81.2%로 정해 15억원 이상 주택과 9억원 미만 주택 간 요율 차이가 11.8%포인트에 달했습니다.

2020년 7.2%포인트였던 차이가 더 벌어진 것입니다.

이는 결국 국민의 세 부담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주택분 재산세는 2019년 5조1천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는 6조7천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역시 2019년 1조원에서 지난해 4조1천억원으로 불었습니다.

국민의 재산세·종부세 부담이 3년 새 4조7천억원을 더 늘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최근의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등으로 국민들의 부담이 더해진 상황이어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기존 안대로 추진하면 국민의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고금리 등으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 신호가 나타난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내년 하반기 근본적 개편안 마련…"공정·상식 기반"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기존 현실화 계획의 필요성·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이를 토대로 내년 하반기 중에 근본적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현실화 계획 및 공시가격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도 실시할 예정입니다.

국민 인식조사 등을 통해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현실화율 목표 수준을 낮추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등의 조치가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2035년까지 토지·단독·공동주택 등의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시세에 맞게 부동산 보유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려도 같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나아가 개편안 발표 시점이 내년 4월 총선 이후라는 점에서 총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토부는 보도자료에서 "공시제도가 공정과 상식에 기반해 운영되기 위해서는 현실화 계획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한 만큼 국민의 눈높이에서 현실화 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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