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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경영자로 살펴본 지스타…달라진 택진이형·자식사랑 권혁빈

SBS Biz 이민후
입력2023.11.17 20:38
수정2023.11.18 09:10

 

국내 최대 게임축제 '지스타2023'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가운데 게임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도 방문해 자사 신작 챙기기에 나섰습니다.

은둔형 경영자로 꼽히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가 지스타 현장에 들른 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최고경영자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올해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가 지스타에서 준비해 온 '비장의 무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달라진 '택진이형'…비MMORPG 승부수
엔씨 로고가 새겨진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현장에 나타난 김 대표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저희들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아닌 새로 도전하는 장르를 갖고
플레이어들을 만나러 왔습니다." 

8년 만에 돌아온 지스타에서 엔씨가 가져온 신작 3종은 기존 엔씨의 성공 방정식에서 벗어난 게임이었습니다. 엔씨는 최근 콘솔 등 플랫폼 기반의 게임은 물론 먹거리인 MMORPG 이외의 장르 신작을 선보였습니다. 돈을 써야 이기는 '리니지라이크'라는 오명을 떨쳐내고 새로운 심기일전에 나선 겁니다. 

엔씨는 올해 가 가장 잘하는 장르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대신 슈팅, 대난투, 그리고 수집형RPG 신작 3종을 선보였습니다. 슈팅 'LLL', 난투형 대전 액션 '배틀크러쉬(BATTLE CRUSH)',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 등 3종의 시연 부스를 운영합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된 김 대표가 철두철미한 준비에 나섰다는 후문도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지스타가 개막하기 전 하루 부산 벡스코를 찾아와서 새벽부터 부스를 손수 점검했습니다. 실제로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11시 전에 잠깐 시간을 내 부스를 점검하려 했다는 뒷얘기도 나옵니다. 

김 대표는 자사 게임의 타겟팅 대상을 전연령층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습니다. 김 대표는 "새로운 세대들이 나오면서, 게임을 즐기는 고객층도 새로운 세대가 나온다"며 "서브컬처 등 장르적인 면에서도 소외된 장르가 메인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엔씨는 주력 게임인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의 부진으로 올해 3분기 영업익이 급감했습니다. '리니지'로 실적을 견인한 엔씨의 3분기 모바일 게임 매출은 2천73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7% 줄었습니다. PC 온라인 게임 매출은 93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 감소했습니다. 사실상 약발이 떨어진 '리니지'로 이용자들의 마음이 하나둘 떠나는 상황에서 김 대표의 승부수입니다. 
 

아직까지 엔씨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현장 곳곳에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나왔습니다. 'LLL'을 플레이하기 위해 3시간이나 기다린 게이머도 있었고,  신선한 재미에 배틀크러쉬를 두 번 연속 방문한 게이머도 있었습니다. 엔씨의 도전이 린저씨(리니지 하는 아저씨)와 젊은 게이머들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권혁빈의 '이유' 있는 자식사랑…넥스트 로스트아크에 '사활'
은둔형 경영자로 손꼽히는 권 CVO도 개막식 당일 오후 1시간 동안 스마일게이트 부스를 포함해 위메이드, 넷마블,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등을 둘러봤습니다. 권 CVO가 지스타를 찾은 건 '로스트아크'가 게임대상을 수상한 2019년 이후 4년 만입니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 (사진=연합뉴스)]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스타에 왔습니다. 로스트아크 모바일이 가장 기대됩니다."

현장을 둘러본 뒤 소감과 기대작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권 CVO는 이같은 자식사랑을 드러냈습니다. 권 CVO는 현장에서 위메이드의 '레전드 오브 이미르', 넷마블의 '일곱개의 대죄 : 오리진',크래프톤에서는 '프로젝트 인조이', 엔씨소프트 부스에서는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와 슈팅 게임 'LLL'과 자사의 신작인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체험해 본 직후 나온 답변이기 때문입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스타에서 6년간 소문만 무성했던 신작 MMORPG인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공개했습니다. 로스트아크 모바일은 기존 PC게임인 '로스트아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출시한 게임입니다. 

권 CVO가 자식사랑을 드러낼 만큼 '로스트아크'는 지금의 스마일게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스마일게이트RPG는 '로스트아크'를 지난해 2월 스팀을 통해 글로벌 출시를 했고 지난해 매출 7천370억원, 영업이익 3천64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1년 전보다 매출은 50.4%, 영업이익은 26.1%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로스트아크의 국내 매출은 5천595억원, 해외 매출은 1천77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21년에는 로스트아크가 총 4898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국내 매출은 4797억원, 해외 매출은 100억원 수준이었습니다.

로스트아크의 해외매출 비중이 24.1%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상황입니다. 권 CVO는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로스트아크'라는 강력한 IP를 모바일 버전으로 활용해 제2의 로스트아크를 만든다는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권 CVO가 '로스트아크 모바일'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의존도 때문입니다. 지난해 '로스트아크'의 매출은 스마일게이트 전체 매출의 46.7%를 차지했습니다. 

동시에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스마일게이트RPG는 대표작 '로스트아크'를 이을 후속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제2의 로스트아크가 없다는 점에서 '로스트아크 모바일'의 성공에 권 CVO가 진심인 이유입니다.
 

스마일게이트가 차린 부스에는 게이머들의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현장에서는 개막일 당시 '로스트아크 모바일' 오픈런을 위해 관람객들의 달리기가 펼쳐지는 진풍경도 있었습니다. 시연에 참여하기 위해 2~3시간 정도 대기해야 한다는 점도 '로스트아크 모바일'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로스트아크 모바일'의 출시일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스타에서 대대적으로 공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윤곽이 드러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깜짝 방문한 권 CVO의 '응원'에 '로스트아크 모바일'이 부흥해 스마일게이트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성장할지 관심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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