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폐플라스틱 복합단지 '울산 ARC' 첫 삽…'미래 먹거리' 각축전

SBS Biz 신성우
입력2023.11.15 10:20
수정2023.11.15 17:00


SK지오센트릭의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 단지, '울산 ARC'가 오늘(15일) 첫 삽을 떴습니다.

SK지오센트릭은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내 21만5천㎡ 부지에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울산ARC'를 조성하는 기공식을 오늘(15일)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크기로 지어지며, 공사에는 총 1조8천억원이 투자됩니다. 오는 2025년 말 완공 예정입니다.

기공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김두겸 울산시장, 박성민 국회의원,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등 관계자 25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는 R&D와 산업 육성을 지원해 플라스틱이 화학산업의 원료로 재활용되기 위한 환경을 마련하고, 순환경제 구축에 앞장서는 기업들에게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울산 ARC는 SK지오센트릭에게 단순한 신공장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석유화학 기업에서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SK지오센트릭의 선봉장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익성 변동 큰 석유화학 산업에서 벗어나 신사업 추진"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기공식을 하루 앞둔 어제(14일) 서울 종로구 SK그린캠퍼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경수 사장은 "한국의 화학산업은 이미 'Sudden Death'에 직면해 있다"며, "글로벌 경기에 따른 수익성 변동이 큰 석유화학 산업에서 벗어나 우리 힘으로 미래를 만드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석유화학 산업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중국의 범용 제품 생산 증가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석유화학 기업들은 저마다 배터리, 신소재 사업 등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앞서 SK지오센트릭도 매년 2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했던 국내 최초의 나프타 분해공정, NCC 시설의 가동중단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석유화학 사업 대신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명도 SK종합화학에서 SK지오센트릭으로 바꾸며 새출발했습니다. 그런 SK지오센트릭이 선택한 사업은 바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입니다.

나경수 사장은 "ARC가 가동되면 매년 폐플라스틱 32만톤이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진다"며, "공급보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공장을 짓기도 전인데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경수 사장은 또 "생산될 물량의 30% 수준이 현재 선 판매가 이뤄졌고, 내년에서 내후년 정도면 목표로 했던 70% 선 판매는 무난하게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글로벌 포장재 기업 등과 공급 협력 논의를 꾸준히 진행해왔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선 판매 가격 기준으로, 공장이 다 완공되면 매출은 7천억원을 상회할 것이며, 이익은 2천500억원에서 3천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파트너사와 '맞손'…"프랑스에도 공장 설립 추진"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확보를 위해, SK지오센트릭은 3개의 글로벌 사들과 손을 잡았습니다.

페트 고분자를 해체해 원료 물질로 회귀시키는 'PET 해중합' 기술을 보유한 '루프 인더스트리'와 폐플라스틱을 녹여 높은 순도의 폴리프로필렌을 추출하는 '고순도 PP 추출' 기술을 보유한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 폐플라스틱을 무산소 상태에서 고온으로 가열해 원유와 같은 상태로 만드는 '열분해' 기술을 보유한 '플라스틱 에너지'입니다.

울산 ARC는 이 3가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한 곳에 구현해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재활용 하도록 한 곳입니다.

나경수 사장은 "기계적 재활용은 독성이 남아있을 수 있다"며, "화학적 재활용 기술로는 폐플라스틱을 섞지 않은 버진 플라스틱과 동일한 퀄리티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이어 "이 3대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한 곳에 모아서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를 내고자 했다"며, 울산 ARC 건설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SK지오센트릭은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향후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입니다.

나경수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공장을 같이 짓자는 파트너들이 이미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니엘 솔로미타 루프 인더스트리 CEO는 이날 "SK지오센트릭, 프랑스 환경전문기업 '수에즈'와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라며 "이미 프랑스 생타볼 지역에 부지 선정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루프 인더스트리에 따르면, 오는 2027년 시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재활용 페트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플라스틱 에너지 또한 "당진 제 2열분해 공장 건설 등 SK지오센트릭과 추가 협의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뛰어드는 석유화학 업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SK지오센트릭뿐만이 아닙니다.

LG화학도 지난 3월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초임계 열분해 공장 착공식을 열었습니다.

초임계 열분해는 온도와 압력이 물의 임계점을 넘어선 수증기 상태의 특수 열원으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것입니다.

LG화학은 내년까지 총 3천100억원을 투입해 약 7만2천평 부지에 초임계 열분해 공장과 차세대 단열재 '에어로젤' 공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34만톤 규모의 울산공장 내 기존 페트 생산공정을 전량 C-rPET으로 전환, 생산할 예정입니다.

C-rPE는 버려진 페트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원료 상태인 BHET으로 되돌린 후, 고도화된 분리∙정제 과정을 거쳐 기존 PET와 동일한 품질의 PET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 친환경 리사이클 소재의 판매량을 100만톤 이상 달성한다는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 최대 페트 생산기지인 울산공장을 화학적 재활용의 전초기지로 전환한다는 방침입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오는 2050년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향후 이 거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석유화학 기업들의 각축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신성우다른기사
'청담 르엘' 특별공급에 2만명 몰렸다…평균 경쟁률 313대 1
"현금 물 쓰듯"vs."악마의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