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독감 일부러 걸려봐?…100만원 보장 입소문 탄 보험 제동

SBS Biz 오정인
입력2023.11.02 14:16
수정2023.11.03 11:05


독감 치료비를 정액으로 보장하는 이른바 '독감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과도한 보장한도 증액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2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발생한 독감보험을 비롯한 일부 보험상품의 과도한 보장한도 증액경쟁과 관련한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지난 1일 주요 손해보험사 담당 임원들을 소집한 데 이어 이날 14개 손보사 임직원들을 만났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운전자보험의 변호사선임비용, 간호·간병보험의 입원일당 등에 대한 적정 보장금액을 설정하도록 지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손해보험사가 독감보험의 보장금액을 최대 100만원까지로 증액하고, 응급실 특약의 보장금액도 인상하는 등 치열한 판매 경쟁을 벌이면서 또 다시 보장한도의 과도한 증액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독감보험은 독감 항바이러스제 치료비 특약으로 지난 2020년 8월 삼성화재가 가장 먼저 선보인 상품입니다. 병원에서 독감을 진단받아 약관에 명시된 항바이러스제로 처방을 받으면 정해진 금액대로 보장해주는 구조입니다. 최초 상품신고 당시 최대 보장금액은 20만원, 연간 1회 지급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독감 유행이 빠르게 번지면서 보험사들이 독감보험을 두고 과열 경쟁을 벌이면서 도덕적 위험 및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지난달 10일 한화손해보험은 독감보험 보장한도를 기존 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대폭 확대했습니다. 한화손보에서 지난 2021년 4월 상품이 출시된 이후 지난달 9일까지 약 30개월간 3만1천건이 판매됐는데, 보장한도를 100만원으로 증액하자 20일만에 10만8천건이 판매됐습니다. 

금감원은 이처럼 과도한 보장금액과 부적절한 급부설계 등으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독감 진단이 확정되고 항바이러스제로 처방을 받은 경우 최대 20만원까지 정액으로 보장하고, 연간 지급 횟수도 1회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김범수 금감원 상품심사판매분석국장은 "관련 법규상 보험상품은 보장하는 위험에 부합하도록 가입금액을 설정해야 하고, 통원비의 경우 중대질병만 보장하도록 지도했는데도 상당수 손보사들이 실제 비용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보장금액을 확대하거나 '응급'이 아닌 '비응급'까지 보장하는 등 판매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용자의 초과 이익 발생으로 도덕적 해이 및 과도한 의료행위가 유발돼 실손보험료 및 국민건강보험료 상승 등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습니다.

아울러 금감원은 손보사들간 무분별한 판매 경쟁으로 과도한 보장금액만 강조하고, 특히 절판 마케팅을 부추기며 제대로 상품설명이 이뤄지지 않아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국장은 "현재 일부 손보사는 상품개발 및 보장금액 증액 과정에서 적절한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적절한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험사들은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의 '상품심사기준'을 준수해 보장위험에 부합하는 보장금액을 설정하고, 보장금액을 증액할 때는 기 신고상품의 신고수리시 허용(보장하는 위험에 부합)한 보장한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보장금액 증액 시 적정성 관련 내부통제기준 준수 및 강화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김 국장은 "지금과 같은 상품개발 및 영업방식은 단기적으론 손보사의 이익이 증가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후적 비용 증가에 따른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손보사 스스로 더 강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상품개발 관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향후 금감원은 손보사의 과도한 보장한도 증액과 관련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손보사의 내부통제 운영실태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한다는 계획입니다. 

한편, 한화손보는 지난 1일부터 독감보험 보장한도를 기존 10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대폭 축소키로 했습니다. 당초 오는 11일까지 보장금액 100만원을 유지하려던 계획이었지만, 조정 시기를 앞당긴 것입니다. 지난달까지 50만원을 보장하던 삼성화재도 이달부터는 기존대로 보장금액을 20만원으로 낮췄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오정인다른기사
"징벌적 상속세,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與 세미나 개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7월까지 신고·납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