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투자?…기업들 고금리에 빚부터 갚자
SBS Biz 김성훈
입력2023.11.01 07:34
수정2023.11.01 10:28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업들이 정기예금에서 거액을 인출해 가면서 잔액 10억 원이 넘는 예금 증가세가 10년 만에 꺾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 원을 초과한 계좌의 총예금은 772조 4천27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말(796조 3천480억 원)보다 3%(23조 9천210억 원) 감소한 수치입니다.
10억 원 초과 고액 예금 잔액은 2018년 상반기 500조 원, 2019년 하반기 600조 원, 2021년 상반기 700조 원을 차례로 돌파하며 증가세를 이어왔으나 800조 원을 목전에 두고 후퇴했습니다.
이 잔액이 감소세로 돌아선 건 지난 2013년 6월 말 379조 5천800억 원에서 같은 해 12월 말 362조 8천260억 원으로 줄어든 이후 약 10년 만입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21년 말 13.8%에서 지난해 말 3.5%로 대폭 축소된 바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기예금 잔액 감소가 전체 감소를 이끌었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10억 원 초과 정기예금 잔액은 538조 816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5조 7천300억 원(4.6%)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10억 원 초과 기업자유예금 잔액은 219조 8천900억 원에서 222조 5천850억 원으로 늘고, 저축예금 잔액은 11조 5천250억 원에서 10조 5천380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기업자유예금은 법인이 일시 여유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상품이고, 저축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결제성 예금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기예금에서 자금을 인출해 여신 상환이나 회사채 상환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며 "대출 금리를 감당할 수 없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고액 정기예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고액 예금 계수가 감소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원을 차입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존 예금이 전 금융기관에서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수출입 거래 시 이자율에 해당하는 환가료가 비싸지면서 수출 신용장 매입 거래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외화에서 원화로 환전해 원화 정기예금에 가입해 왔는데, 이 액수가 감소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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