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로봇이 용접하고 VR로 연습…'자동화·디지털화' 꿈꾸는 한화오션
SBS Biz 신성우
입력2023.10.30 14:24
수정2023.10.30 14:24
흔히 조선 산업은 노동력 대비 자본의 투입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본집약형 산업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배 하나를 만드는데 투입되는 노동력이 많다보니, 노동력 역시 자본 만큼이나 중요한 산업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급여, 근무 여건 등으로 이유로 생산 인력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기술인력의 경우 감소세가 두드러집니다. 산업부가 발표한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선 산업의 기술인력은 지난 2017년 6만3천436명에서 꾸준히 줄어 2021년 5만8천225명을 기록했습니다.
근무 여건을 놓고 매년 여름 노조와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상황도 변수입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근로자의 제 1도크 점거로 선박 건조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생산 인원 감소와 변수에 대처하고, 더 나아가 사업장의 안전성도 제고하기 위해 한화오션은 기존 '사람' 중심의 생산에서 '데이터'와 '로봇' 기반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자동화 방식으로 전환 중인 한화오션의 거제사업장을 다녀왔습니다.
"향후 생산 자동화율 70%까지"
조선업은 크게 밖에서 작업하는 외업 공정과 내부에서 작업하는 내업 공정으로 나뉩니다.
외업 공정 시 만든 블록을 탑재하고 용접해야 하는데 이 일을 할 로봇 도입을 준비 중입니다. 숙련된 용접사가 부족하다보니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현장 테스트를 거쳤고, 현재 적용을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에 한창입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현장 투입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시연한 결과, 버튼을 눌렀을 때 로봇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일정한 속도로 원하는 지점을 정확히 용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밀폐구역 등 사람이 용접하기 어려운 부분에 적합해 보였습니다.
5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고기량 용접사 정도는 아니지만, 3년 경력의 용접사 실력 정도는 된다는 것이 한화오션 측의 설명입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미 용접 및 가공 등 주요 공장에서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며, "총 10여개 분야, 80여개에 이른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작업 과정들은 '디지털 생산센터'에서 한눈에 파악이 가능합니다. 공항의 관제탑 같은 개념으로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거제사업장 전체를 아우릅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건조 중인 블록 위치와 생산 공정 정보, 공정률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넓은 조선소를 돌아다녀가며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면, 이제는 사물인터넷 센서와 드론 등으로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실시간으로 작업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으니,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도 즉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해상에서 시운전 중인 선박의 상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나가 있는 배가 몇대이며, 현재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배 주변의 해상 환경은 어떤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그에 맞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시운전 중인 선박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상에 있는 배로 직접 가야했지만, 이제는 원격으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전체 시운전 기간을 단축해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킵니다.
한화오션은 데이터와 로봇 기반의 생산 환경을 만들어 생산 자동화율을 70%까지 달성하겠다는 방침입니다.
"1년 걸릴 일을 VR로 1~2개월까지 단축"
'로봇', '데이터' 외 거제사업장의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VR'입니다.
배를 만들데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는 배를 칠하는 도장 작업입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중요한 작업인 만큼 약 1년을 현장에서 훈련받아야 실전에 투입이 가능한 일입니다.
한화오션은 숙련공을 빠르게 키워내고, 거기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하고자 지난 2021년 11월 VR 도장 트레이닝 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실제 도장 작업을 수행하는 공간을 VR 화면에 그대로 구현해 가상 공간에서 반복 연습을 수행하고 실전에 투입시킨다는 계산입니다.
트레이닝 시, 피도면과 스프레이 건 그리고 장착할 노즐 사이즈까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도료가 계절에 따라 특성이 다른 만큼 계절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도장기 압력과 화학용품 희석률까지 설정하면 알고리즘이 그에 맞게 도료를 만들어 가상으로 작업할 수 있습니다. 실제 작업과 유사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함입니다.
연습 도중에는 작업 진행률과 도료 사용량이 나타나고, 도료 대신 압축공기가 스프레이 건에서 발사돼 몰입감 있게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작업 후에는 분사한 도료 두께도 측정해줍니다.
이를 실제로 연습했다면, 마스크, 집진 시설 등이 필요하고 도료도 많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VR로 연습한다면 준비물 필요 없이 반복작업이 가능하니 실전 투입 기간을 빠르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한화오션 측은 "VR 트레이닝 1달을 받고 현장 연습 1~2개월을 받으면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액체 화물 출렁임 연구하는 '슬로싱 연구센터'
아크릴판으로 만들어진 수조 탱크 2대가 있는 '슬로싱 연구센터'도 눈에 띄었습니다. LNG운반선 등의 슬로싱 현상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데이터화 하는 곳입니다.
슬로싱이란, 액체 상태의 화물을 운반할 때 선박의 움직임에 따라 액체가 출렁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어마어마한 양의 액체 화물이 반복적으로 출렁이면 선박 화물 탱크의 충격을 줄 수 있는데, 이때 LNG와 같은 극저온의 화물이 유출될 위험도 있습니다.
슬로싱 연구센터는 이같은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슬로싱 현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할 방법을 실험을 통해 연구합니다.
수조 탱크와 연결된 다리가 좌우, 상하로 움직이며 수조 탱크를 흔듭니다. 탱크 안에 있는 물이 격하게 출렁이게 됩니다.
이때 가해지는 충격, 어느 지점에 충격이 가장 강한지 등을 데이터화해 실제 선박의 화물 탱크 설계에 반영합니다.
한화오션은 현재 LNG운반선에 대한 슬로싱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암모니아와 액화수소 등 친환경 연료에 대한 연구도 수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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