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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보다 비싸게 테니스장 산 동양생명…금감원에 '적발'

SBS Biz 오정인
입력2023.10.24 10:48
수정2023.10.24 14:39


동양생명이 직접 운영할 수 없는 한 테니스장을 헬스케어 서비스의 일환으로 홍보하며 실질적인 운영권을 행사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시세보다 높은 금액으로 인수하는 등 사업비를 불합리하게 운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24일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4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한 동양생명에 대한 사업비 운용실태 현장검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검사 결과 동양생명은 테니스장 시설 운영 기획 및 지시 등 실질적인 운영권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테니스장 운영을 위한 비용 대부분을 보전해주는 등 회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동양생명은 A테니스장 운영권을 취득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스포츠시설 운영업체 B사와 광고계약 등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비용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두달 전 B사가 낙찰받은 A테니스장 운영권의 낙찰가액(26억6천만원, 3년 분할납)을 기본 광고비(연간 9억원, 3년간 총 27억원) 명목으로 전액 보전하기로 하고, 1년차분인 9억원을 지급했습니다.

또 A테니스장의 시설보수 공사비용을 추가 광고비(9억원) 명목으로 지급하는 한편, 테니스장 운영을 위한 인건비와 관리비까지 광고대행수수료 명목으로 3차례에 걸쳐 1억6천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동양생명이 이 A테니스장을 직접 운영할 수 없는데도 실질적인 운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A테니스장 입찰공고상 최근 5년 이내 테니스장 운영 실적이 있는 자만 입찰에 참여 가능하고, 낙찰자는 제3자에게 운영권 일부 또는 전부의 전대(轉貸)를 할 수 없도록 명시됐기 때문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직접 입찰 참여 및 운영이 불가능한 A테니스장 운영자 선정 입찰에 B사를 참여토록 한 뒤, 대외적으론 테니스를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광고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처리했다"며 "하지만 내부적으론 A테니스장의 시설 운영 기획 및 지시 등 입찰공고상 금지된 실질적인 운영권자로서 역할을 행사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동양생명이 스포츠시설 운영업체 B사와 체결한 광고계약서상 표현과 실제 사용 용도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금감원)] 

계약서상 표현은 ▲기본광고비 ▲추가광고비 ▲광고프로모션비 ▲광고대행수수료였지만 실제 사용 용도는 ▲사용로 ▲시설개선공사비 ▲위탁운영비 ▲운영관리비 등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검사 결과 동양생명이 이 과정에서 사업비를 합리적인 검토 없이 집행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B사가 제안한 A테니스장 입찰금액 26억6천만원 및 시설보수 비용이 상당히 고가임에도 합리적 검토 없이 기본 광고비(1년차분) 및 추가 광고비 명목으로 전액 지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전 A테니스장 운영권 낙찰가(3억7천만원) 및 최저 입찰가(6억4천만원)에 비해 4.1~7.1배나 높은 금액으로, B사가 최초 제안한 금액(3년간 21억원)보다도 5억6천만원 더 높은 금액입니다.

심지어 광고대행수수료 명목으로 테니스장 관리인력의 인건비, 관리비까지 부담하는 등 사실상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 전반을 지급해왔습니다.

또, 광고계약상 설치하기로 한 A테니스장의 광고물을 철거했음에도, 최근까지 이를 방치하는 등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이밖에 일부 임원에 대한 사업비 집행 시 회사의 내부통제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임원 해외출장비 등 경비 집행 시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 비용집행 정산서 등 증빙이 구비돼 있지 않음에도 검토 없이 관련 비용을 지급했고 근거 없이 업무추진비 등을 인상해 지급하는 등 사업비를 불합리하게 운용했다는 지적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테니스장 관련 계약체결 및 사업비 집행 과정에서 나타난 위규행위에 대해 관련 검시·제재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임직원이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해서는 내부 심사 등을 거쳐 관련 법규에 따라 필요시 수사기관 등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의 최종 조치는 통상적으로 수시검사의 경우 검사종료일로부터 150일 이내, 정기검사는 180일 이내에 이뤄집니다. 따라서 늦어도 내년 2월 중순 이내로 동양생명에 최종 조치가 내려질 전망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검사를 종료한 뒤 처리과정에 있으며 (최종 조치가 내려지기 전까지) 회사 측의 소명 기회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소명되는 부분들을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동양생명은 금감원 검사기간 중 해당 건에 대해 성실히 설명했지만 이같은 결과가 발표된 데 대해 고객과 주주, 임직원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저우궈단 대표 취임 이후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년 전보다 117% 성장하는 등 실적 개선과 함께 기업 가치가 크게 향상됐다"며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한 전사 차원의 다각적 노력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의 검사 대상이 됐던 테니스장 계약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스포츠라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신규 고객 확보 및 마케팅, 사회공헌 효과를 목표로 했고 이는 그간의 실적 성장으로 입증됐다는 것이 동양생명 측의 설명입니다.

다만 "해당 건에 대해 성실히 설명했음에도 이러한 검사 결과가 발표되고 결과적으로고객 여러분과 주주 그리고 임직원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는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최종 조치가 내려지기 전까지 앞으로 진행될 절차와 관련해 최선을 다해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입장을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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