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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 전 사장, 해외출장서 1박 260만 원 호텔 숙박"

SBS Biz 이한나
입력2023.10.10 15:19
수정2023.10.10 17:08

[감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해외 출장을 나가 1박에 수백만원짜리 호화 숙소에 묵거나 근무지를 무단으로 벗어나 경마장에 가는 등 공기업의 기강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기업 직원이 겸직 규정을 어기고 '투잡'을 뛰거나, 공무원이 부처에 파견된 공사 직원에게 자녀 도시락을 준비시킨 사례도 있었습니다.

감사원은 오늘(10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재무 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투잡' 뛰어 24억원 번 공기업 직원들…근무지 무단이탈도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2020∼2021년 주요 공공기관 14곳의 임직원 65명이 겸직 규정을 어기고 부당 영리 행위에 종사해 총 24억원을 번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기관별로 보면 한국전력 직원이 직접 태양광발전 사업을 경영하면서 수억대 매출을 올렸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등 직원이 다단계 판매 사업을 운영하거나, 직접 배달 기사·대리운전 등 부업을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4개 기관의 경우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해 경마장에 출입한 직원이 8명 적발됐습니다.

한국가스공사는 직원의 87%가 보상 휴가를 받기 위해 시간 외 근무 실적을 허위로 입력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가스공사 사장과 간부들은 해외 출장 숙박비를 별도 규정 없이 무한정으로 지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공무원 여비 기준 대비 초과 사용한 숙박비는 조사 기간 총 7천623만원이었습니다.

특히 채희봉 전 가스공사 사장은 호텔 스위트룸에 묵으면서 하루 숙박비로만 26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채 전 사장은 해당 숙소에 3박을 묵어 총숙박비만 780만원을 썼다고 감사원은 전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손실보상 업무 담당 직원이 자기 부친을 영농인으로 허위 등록해 손실보상금 8천121만원을 빼돌렸습니다.

한국마사회 임원은 배임수재로 면직된 직원을 비공개로 재채용했다가 적발됐습니다.


퇴직자 밥그릇 챙기고 노트북 돌리고…공무원 '갑질'도 문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도 여전했습니다.

LH의 경우 입학생이 정원의 30%에 불과한 사내 대학(LH토지주택대학교)을 운영하면서 교원의 대부분을 자사 퇴직자로 채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LH가 고위직 직원을 사내 대학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편법' 인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자원공사는 업무 공간을 실제보다 좁게 조사한 뒤 공간이 부족하다며 573억원을 들여 새 건물을 짓기로 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사전 필요성 검토나 보안 조치를 거치지 않고 3급 이하 전 직원에게 약 80억원을 들여 노트북 5천690대를 일괄 지급했습니다.

공기업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 공무원의 '갑질' 사례도 있었습니다.

산업부 한 공무원은 감독 대상인 한국지역난방공사 법인카드를 총 897회에 걸쳐 3천827만원어치 사용했습니다.

산업부에 파견된 공사 직원에게 3년 반에 걸쳐 출·퇴근 픽업이나 자녀 도시락 준비 등 업무와 무관한 행위를 강요했다가 적발됐습니다.

산업부 부서 회식에 난방공사 직원을 참여시켜 공사 법인카드로 총 8차례에 걸친 회식 비용 1천166만원을 결제하게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감사원은 "갑질, 부당 겸직, 근무지 무단이탈 등 후진적인 공직 기강 해이 사례가 만연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덜 일하고 더 받는 철도공사…연간 137억원 규모 근로시간 손실

감사원은 이날 별도로 한국철도공사의 경영 상황 실태 분석도 발표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철도공사의 누적 영업 적자는 2조7천116억원이었습니다.

이 기간 철도공사가 지출한 영업비용 가운데는 승무원 인건비(40.5%)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승무원들의 근로시간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철도공사 노사가 합의한 동력차 승무원 근로시간은 월평균 165시간이었으나, 지난 2021년 기준 근로시간은 이보다 12시간 23분 적은 152시간 37분에 그쳤습니다.

소정 근로시간보다 부족한 근로시간을 인건비로 환산한 결과 손실분은 연간 79억원 규모로 추정됐습니다.

이와 함께 공사가 비상 대기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지출하는 추가 인건비도 연간 58억원가량 발생했습니다.

비효율적 인력 관리에 따른 철도공사 손실분이 연간 137억원에 달했다는 것입니다.

이외 열차 지연으로 인한 시간외근무 수당이나 단순 근무 대기에 따른 인건비 등 부대비용도 발생했습니다.

동력차 승무원 대다수가 철도차량 운전면허를 보유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여객열차 운전이 가능한 제2종 전기차량 운전면허 보유자는 기관사 현원의 50.6%인 816명에 불과했으며, 부기관사의 경우 10명 중 7명(69.4%)이 철도차량 운전면허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감사원은 전했습니다.

감사원은 "철도공사의 영업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력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동력차 승무원의 효율적 운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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