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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CPA 불합격 수험생 293명 행정심판 제기…"신뢰이익 침해"

SBS Biz 오서영
입력2023.10.10 12:26
수정2023.10.10 14:47


올해 제58회 공인회계사시험 2차 수험생 가운데 불합격한 293명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행정심판 청구서를 지난 6일 제출했습니다. 이번 시험부터 갑작스러운 '선발 기준 변경'으로 자신들의 '신뢰이익'이 침해됐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30일 공인회계사시험 최종 합격자 1천여 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감사원의 금감원 공인회계사시험 채점 관행을 지적하는 처분 결과도 발표되며 채점 기준이 바뀐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올해부터 '절대평가' 기준 적용…기존은 사실상 '상대평가'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은 올해 제2차시험에 응시한 4187명 중 5개 전 과목 모두 60점 이상 득점자 등 1100명을 최종 합격자로 결정했습니다.

5과목 모두 60점 이상이 기준인 절대평가로 뽑힌 인원은 1024명이며, 부족한 인원 76명은 성적순으로 추가 합격됐습니다. '최소선발예정인원'에 미달하는 만큼 상대평가로 선발하는 식입니다.

선발 방식은 지난 2007년 이후 공인회계사에 대한 진입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최소선발예정인원'을 공고하고 그 이상을 상대평가로 뽑을 수 있도록 변경됐습니다. 

그런데도 금감원이 개정된 시행령대로 선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합격자 발표에 앞서 감사원이 금감원의 회계사 시험 채점 관행을 지적하는 처분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이 문제를 지적하자, 금감원은 곧장 이를 시정해 올해 시험부터 적용했습니다.

감사원 "회계사시험 관리 등 선발제도 운영 불합리"
[ 자료=감사원]

감사원은 그동안 금감원이 목표한 선발 인원을 맞추려고 채점 기준을 변경해 온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감사원은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를 도입해 지난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인회계사법 시행령의 개정 취지에 맞지 않게 실제 선발인원을 사전에 정하거나 채점 기준과 시험점수를 임의 조정해 2007년 이전 제도처럼 여전히 합격자 규모를 조절하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절대평가 합격자가 최소 인원에 못 미치면 상대평가로 추가 결정해야 하지만, 금감원은 시험이 어렵다는 이유로 절대평가 합격자 점수 자체를 임의로 조정하는 식으로 전체 합격자 수를 맞춰 왔습니다.

금감원은 시험이 어려우면 출제할 때는 없었던 부분 점수를 채점 때 만들거나, '59점'의 점수는 58점으로 내려 60점으로 조정해 합격자 수를 맞추기도 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난이도 조절이 안 되면 점수를 더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채점했다"며 기존 관행은 학생들을 위해 난이도 조절을 해 왔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국은 감사 결과를 받아들여 이런 채점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이런 선발 방식 변경이 다음 시험이 아닌 올해 이미 치러진 시험부터 적용되면서 불거졌습니다.

수험생들은 특히 채점 기준이 시험 전략 등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시험부터 변경 사항이 적용된 점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신뢰보호원칙 위반"…행정소송으로 번질 가능성
 

기존 관행에 따라 시험을 준비했던 수험생들은 당락에 영향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청구서에서 "지난 17년간 지속된 채점 및 합격자 결정의 관행을 신뢰하고 그 관행에 맞추어 오랜 기간 시험 준비를 하고 수험전략을 수립하여 응시했다"며 "무려 17년간이나 지속된 채점 및 합격자 결정의 관행에 대한 청구인들의 신뢰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시험을 시행하고 합격자 발표를 할 때까지도 제2차시험의 채점이나 합격자 결정 방식이 변경될 거라는 공고도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청구인 대표인 수험생 김모 씨는 "기존 채점 관행대로라면 평소 전략대로 특정 문제를 먼저 풀고 넘어가는 식이 낫겠지만, 이번 시험 같은 경우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게 나을 수 있다"면서 기존에 있었던 기준을 믿고 시험을 치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법규대로 했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293명의 청구인은 이번 행정심판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향후 행정소송 진행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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