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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제약-바이오] 일동제약 오너 3세도 '땅 짚고 헤엄'…공정위 다음 타깃은?

SBS Biz 박규준
입력2023.10.05 13:26
수정2023.10.05 17:15

[앵커] 

최근 중견기업들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감시 강화를 천명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과 의류, 식음료 업계를 콕 집어 지목했죠. 

취재를 해 보니 실제 제약그룹들 중에 오너 개인회사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오늘(5일)은 올해를 목표로 계열사 상장을 추진해 온 일동제약 그룹을 집중 보도합니다. 

일동제약 그룹의 이른바 '회장님' 회사는 매출 전액을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오너 개인 회사가 치열한 경쟁 없이, 계열사 도움으로 손쉽게 돈을 벌고 그룹 지배력을 키운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박규준 기자 나와있습니다. 

일동제약 우선 야심 차게 추진했던 상장 소식부터 알아보죠? 

잘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아닙니다. 

일동제약 그룹은 건강기능식품을 담당하는 '일동바이오사이언스'라는 회사를 상장시키려고 하는데요. 

2년 전 회사는 보도자료를 뿌려가며 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를 상장 목표 시한으로 잡았는데, 감감무소식입니다. 

취재결과 아직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을 위한 주요 절차인 상장예비심사 신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일동홀딩스 관계자는 "2023년도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올해는 힘들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한때 잘 나가던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 부진이 상장 지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일동제약 그룹 손쉽게 돈 번다는 회장님 회사가 어디인가요? 

[기자] 

'씨엠제이씨'라는 회사입니다. 

일동제약 그룹의 지배구조 꼭대기에 있는 회사인데요. 사내 포털 등 IT, 전산, 보안관리 등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회사로, 오너 3세인 윤웅섭 부회장이 지분 90%를 갖고 있는 개인회사입니다. 

윤 부회장이 대표이자 사내이사로 있고, 부친인 윤원영 회장, 모친인 임경자 씨가 사내이사로 있어서,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라고 보면 됩니다. 

임직원 수가 20명 수준으로 작은 회사인데, 실적은 탄탄합니다. 

매출이 연 50~60억 원대에, 20억 원대 영업이익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 오너 회사가 매출 전액을 계열사를 통해 벌고 있다는 거죠? 

[기자] 

작년 기준으로 매출 전액을 계열사에서 벌어들였습니다. 

작년 전체 매출이 57억 9626만 원이었는데, 정확히 이 금액만큼 계열사에서 돈을 벌었습니다.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2019년 95%, 재작년 97%로 늘다가 작년엔 100%로 꽉 채운 겁니다. 

주로 상장사인 일동제약과 일동홀딩스에서 벌여들였는데요, 씨엠제이씨가 이 회사들에 소프트웨어 용역 설치 등의 작업을 해주고 받은 돈입니다. 

이 과정에서 씨엠제이씨는 일동홀딩스 지분을 조금씩 사들였습니다. 

2010년 1%였던 홀딩스 지분율은 올해 기준 17.02%로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A변호사는 "씨엠제이씨와 계열사들 거래내역 등 성격에 따라 법 위반 여부를 따져볼 수 있고, 오너3세가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 등의 등기이사라면 상법상 자기거래도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윤웅섭 부회장은 개인회사 대표이면서 상장사 2곳의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있습니다. 

내부거래 100%에 대해 일동홀딩스 측은 "씨엠제이씨가 갖추고 있는 IT관련 인력, 전문성에 그룹 내부 기밀유지 등을 고려한 조치"라며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규가 정한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눈여겨볼 제약사 회장님 회사가 또 있죠? 

[기자] 

인사돌과 마데카솔로 유명한 동국제약 그룹입니다.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지주사가 동국헬스케어홀딩스인데, 이 회사가 권기범 회장의 개인회사입니다. 

권 회장이 지분 50.8% 갖고 있고 권 회장 아들인 권병훈 씨도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도 자체 건강기능식품, 선크림 판매 등 헬스케어 사업을 해왔는데, 최근 헬스케어 사업 따로 떼내 별도 회사를 세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인적분할이라 이 신생 헬스케어 회사도 권기범 회장이 지배하게 됩니다. 

[오일선 / 한국 CXO연구소장 : 자회사를 따로 두고 수직적으로 지배하는 물적분할과 달리 인적분할은 수평적으로 두 개의 회가로 나뉘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상장 등을 할 때도 유리하고 기존 오너 일가 주주가 지배력을 강화하는데도 장점이 큰 편입니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핵심 계열사인 '동국제약'과 '회장님 개인회사'가 파는 제품군이 건기식, 화장품 등으로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동국제약은 마데카 크림 등 화장품과 인기 연예인 광고를 내세운 건기식으로 헬스케어 사업에서 좋은 성적으로 내고 있는데요.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장님 개인회사가 이 동국제약 후광으로 쉽게 돈벌이를 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최근엔 동화약품이 오너 개인 회사 쇼핑몰 옷을 비싼 값에 구매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앵커] 

안 그래도 최근 공정위가 이런 중견회사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죠? 

[기자] 

공정위가 최근 내부거래 부당지원 혐의로 조사한 곳은 광동제약입니다. 

'광동제약'과 최성원 부회장의 사실상의 개인회사인 '광동생활건강' 간의 거래를 지목했다는 관측입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중견집단 내 의류, 식음료와 함께 제약까지 꼭 집어서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견기업들은 대기업집단에 비해 외부 감시가 덜하고, 이사회 내 총수일가 비중도 높은데요. 

공정거래당국 수장의 의지가 강한 만큼, 제약산업의 부당지원 관련 조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됩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광동제약에 대한 현장조사는 끝냈고, 전반적으로 부당지원 행위 그 부분을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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