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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 '확' 늘리는 전기차 충전기…관리·안전은 뒷전?

SBS Biz 김정연
입력2023.09.27 11:11
수정2023.09.27 18:28

정부가 내년부터 전기차 충전소 보급을 크게 확대합니다.

환경부는 내년 전기차 충전기 구축 지원에 올해보다 44.3% 늘어난 4천365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국에 약 20만기 수준인 전기차 충전기 대수를 오는 2025년 59만기로, 2030년에는 123만기로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해외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일본은 전기차 1대당 1.3기, 미국은 1대당 1.8기를 갖추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전기차 1대당 0.5기도 채 되지 않습니다.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인프라 확충 전략이 전기차 보급 확산에 도움을 줄지 주목됩니다.
늘리기만 하면 뭐하나…곳곳 '사용불가'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화면 갈무리.)



다만 문제는 이미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들의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환경부의 무공해차 통합누리집과 전기차 충전기 상황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울에서는 약 30곳의 충전기가 '사용불가'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도권 외 지역의 경우 관리가 더욱 열악한 상황입니다.

충전기의 관리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도적 규범이 없다 보니 업체들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충전기를 설치하고, 관리는 뒷전에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에 위치한 충전소의 경우 관리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아 고장이 났어도 오랜 기간 수리되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최근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형 전기 화물차가 급증하고 해당 차량들이 충전소를 장기간 차지하는 경우가 늘면서, 전기 승용차들은 사용 가능한 충전소 이용하기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대부분 지하에 위치…화재 위험도 여전
편의를 위해 전기차 충전기의 대부분이 한 번 불이 나면 불길이 번지기 쉽고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아파트나 상가 등의 지하 주차장에 설치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도 부실합니다.

전기차 충전기의 화재 위험은 낮지 않습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총 28건의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는 전체 전기차 관련 화재 건수의 40% 수준입니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 발생 시 대응 메뉴얼을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충전기 주변에 화재 방지 및 대피 시설이나 간단한 안전 용품조차도 두고 있지 않는 경우는 많습니다.

정부가 앞으로는 지하 3층까지만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한다고는 하지만, 충전이나 설치 대수 제한 등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부재합니다.
관리 부실·화재 위험 문제 먼저 해결해야
전기차 충전 요금 할인 혜택이 줄고, 전기차 차주의 자동차 개별 소비세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들어 국내 전기차 수요가 크게 줄었습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기승용차 보급대수는 6만 7654대로, 1년 전보다 6% 줄었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전기차 신규 계약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전기차 보급을 늘리려는 정부의 정책이 전기차 인프라 확충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관리 부실과 화재 위험 등의 문제를 뒷전으로 둔 채 충전기를 무작정 늘리기만 하는 것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전기차 충전기의 관리와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관련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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