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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승자는 퀄컴이네…'삼성 갑질' 브로드컴 사건 막전막후

SBS Biz 배진솔
입력2023.09.26 17:33
수정2023.09.27 10:01



"브로드컴을 충분히 제재하지 않으면 반경쟁 행위를 지속할 것입니다. 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점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습니다." (지난 13일 공정위 전원회의 퀄컴 선임법무이사 발언 中)  

삼성전자에 부품 갑질을 한 혐의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91억원의 제재를 받은 가운데, 최후의 승자로 브로드컴의 경쟁사 '퀄컴'이 거론됩니다. 

위 말은 삼성전자가 아닌 퀄컴 측 발언으로, 이 사건 시작부터 끝까지 브로드컴에 '충분한 제재'를 내릴 것을 공정위에 요청했습니다.
 
'경쟁사' 퀄컴, 브로드컴 신고로 조사 시작
지난 2020년 6월 브로드컴과 삼성전자의 장기 계약(LTA)이 불공정하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업체는 바로 퀄컴입니다. 

브로드컴은 당시 스마트기기 연결 부품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세계 1위 사업자였고, 퀄컴은 바로 뒤를 잇는 양대산맥 업체였습니다. 

한때는 브로드컴이 주파수 대역에 따라 부품을 하나로 모듈화한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최첨단·고성능' 스마트 기기를 만들기 위해선 삼성전자와 애플 등 브로드컴의 부품이 아니면 안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8년 브로드컴의 OMH PAMiD 부품은 99.8% 의존, WiFi/BT 콤보 부품을 96.6% 의존, 독립형 GNSS 부품을 94.9%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사실상 주요 부품의 대부분을 브로드컴에서 납품받고 있던겁니다. 

그러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퀄컴, 코보 등 다른 부품 업체를 물색하면서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매년 7억6천만 달러 부품을 사도록하는 LTA를 강요했습니다. 

거절하자 사실상 100% 의존하고 있던 부품 주문을 중단하는 상황까지 왔고, 삼성전자는 결국 2020년 3월 LTA를 수용했습니다. 

삼성전자 법률대리인은 지난 13일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애플과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부품 대체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퀄컴의 큰 그림…실리 챙기고 복수전 
퀄컴이 나선 가장 첫번째 이유는 브로드컴의 장기 독점 계약 강요로 퀄컴 제품을 삼성전자에 공급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삼성전자와 애플 등에 스마트폰용 통신 부품을 납품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출 확대를 위해선 고객사 확보가 절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퀄컴 선임법무이사는 지난 13일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삼성전자의 자회사 하만에게도 불공정 계약 조건을 앞세웠다고 언급하며 다른 공급사 가격 경쟁에 영향력을 끼쳤다고 발언했습니다. 

두번째 ‘복수전’ 성격도 있습니다. 과거 브로드컴은 리베이트를 문제 삼아 퀄컴을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습니다. 퀄컴은 2009년 이를 계기로 당시 역대 최대인 2천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받았습니다. 

퀄컴은 브로드컴이 피해 업계에 2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자진시정(동의의결)안을 내놨을때 먼저 삼성전자에 증인으로 서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당시 실제 피해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며 동의의결안에 반대했습니다. 퀄컴도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의견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고, 결국 자진시정이 아닌 제재로 마무리됐습니다. 

퀄컴, 소송전 '구원투수'로 나설까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의 소송이 장기화될 방침인 가운데, 최근 삼성과 협력 관계를 확대하는 퀄컴이 구원투수로 다시 등장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브로드컴은 어제(25일)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전자도 공정위 제재와 별개로 브로드컴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방침입니다. 

삼성전자와 퀄컴, 구글은 올해 2월 확장현실(XR) 기기를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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