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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물가·상저하고…희망회로는 죄가 있다 [뉴스'까'페]

SBS Biz 정윤형
입력2023.09.25 16:16
수정2023.10.07 09:56


우리 경제가 상반기 저조했지만 하반기부터 살아날 것이라는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데다 최근 유가 급등, 미국의 긴축기조 장기화 우려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상저하고’ 전망 고수 중인 정부 
정부는 지난달 15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9월호’에서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2월부터 7월까지는 경기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가 지난 8월부터 두 달 연속 경기둔화가 완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물가 상승세 둔화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수출부진 완화와 소비심리·고용 개선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선데요.

'상저하고'가 위태롭다는 관측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달 24일 "대부분의 전망기관이 우리 경제가 점차 회복돼 하반기 성장률은 상반기의 두 배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변수로 떠오른 국제유가
정부의 낙관적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로 국제유가가 첫손에 꼽힙니다.

최근 국제유가가 연일 상승하면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오름세입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1천788원으로 한 달 전보다 약 44원 올랐습니다. 

국제유가 등락은 보통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당분간 상승 추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유가 오름세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과 소비둔화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0일 "국제 유가 상승이 경기와 물가에 부담 요인이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유가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불확실한 게 많아서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유가 상승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무역수지도 악화될 수 있습니다.

앞서 6월부터 8월까지 무역수지는 석 달 연속 흑자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수출이 감소했지만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영향입니다. 

유가가 오르면 수입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수출이 크게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선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유가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씨티그룹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투기거래에 따라 단기간에 100달러 이상으로 유가가 오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국제유가가 최고 배럴당 120달러까지 뛸 수 있다"며 "이는 세계 인플레이션을 잠재적으로 연말까지 약 6% 끌어올리고 향후 2분기 동안 글로벌 국내총생산에 1.3%의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美 연준 추가 금리인상 시사…한국경제에 부담
미국의 긴축 장기화 예고에 따른 우려도 최근 급부상했습니다.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안정화됐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이 연내 금리를 추가로 올려 두 나라의 금리 역전폭이 더 벌어지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예상됩니다.

또 고금리 기조가 길어질수록 우리 가계와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낙관적 전망은 독?
최근 주요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와 동일하게 판단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세계경제 성장률은 기존보다 0.3% 포인트 올린 반면 우리나라 전망치는 1.5%로 유지해 개선의 여지를 낮췄습니다. 

특히 OECD는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나 상향한 1.8%로 제시해 한국의 성장률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 ADB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지난 7월 전망과 동일한 1.3%로 제시했는데 이는 정부와 국제통화기금 등 국내외 주요 기관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주요 8개 투자은행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 평균은 1.1%에 불과합니다. 

일각에선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인 1.4%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반기 낙관적이었던 경제 전망이 수정되어야 할 정도로 어려워졌다"며 "국제유가와 중국 경제상황 등에 따라 1.4% 성장률 전망에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좋은 않은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잘 될 거란 희망을 갖는 이른바 '희망회로'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만 보면 밑그림을 잘못 그리게 되는 것"이라며 "세수 추계·예산 활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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