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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팔달] 명가 만든 이명희의 결단…新유통에 통할까?

SBS Biz 윤선영
입력2023.09.21 13:30
수정2023.09.21 16:06

[앵커] 

신세계그룹이 임원의 40%를 교체하는 큰 폭의 임원인사를 시행했습니다. 



특히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이마트와 백화점 대표를 동시에 바꾸며 강도 높은 쇄신을 예고했습니다. 

윤선영 기자와 짚어봅니다. 

이번 신세계 인사를 두고 이명희 회장이 나섰다는 평가가 나와요? 

[기자] 



이명희 회장은 은둔의 유통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경영 역시 2020년쯤부터 자녀들을 전면에 내세워왔습니다. 

이마트는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이, 백화점은 정유경 사장이 맡고 있고, 특히 대외적으로 정용진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총수로 비치고 있는데, 실적 부진이 깊어지자 이명희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인적쇄신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과거 삼성에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고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미래전략실이 있었다면, 신세계에도 전략실이 있는데요. 

이 회장의 직속 조직입니다. 

이번 인사에서 이 전략실 출신이자 재무통들이 주요 계열사에 배치됐습니다. 

[앵커] 

재무 개선에 본격 나서겠다는 걸로 보이는데, 어떤 인물들인가요? 

[기자] 

우선 이마트 신임 대표에는 호텔리조트 부문 대표인 한채양 대표가 선임됐습니다. 

그룹 전략실에서 상무 임원을 달았고 부사장까지 지내면서 그룹의 안살림을 챙겨 온 재무통입니다. 

앞으로 이마트와 슈퍼마켓인 이마트에브리데이, 편의점 이마트 24까지 오프라인 유통군 대표를 겸하게 됩니다. 

백화점 부문인 (주)신세계 신임 대표엔 센트럴시티 대표인 박주형 대표가 왔습니다. 

1985년에 신세계에 입사한 38년 신세계맨인데요. 

이마트와 백화점의 재무를 총괄하는 부사장을 지냈고 2016년부터 센트럴시티 대표를 맡고 있는데 앞으로 (주)신세계 대표도 함께 맡습니다. 

이외에 스타벅스코리아를 키운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가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로 선임됐는데요. 

내리막인 홈쇼핑 시장 상황에 대응할 올드보이의 귀환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신세계 25개 계열사 가운데 약 40%인 9곳의 대표가 이번에 교체됐는데요. 

승진 발탁이나 외부 영입보다는 재무관리에 능한 검증된 인사를 내세운, 이명희 회장의 '안정과 관리' 원칙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오너 일가는 이번에 인사 변동은 없었지만,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어요? 

[기자] 

이번 인사에서 관전포인트였던 게 정용진의 남자로 불리는 강희석 이마트 전 대표의 거취였는데, 사실상 문책성 인사로 자리를 내준 대목 때문입니다. 

그동안 이마트와 쓱닷컴 대표를 겸직해 온 강희석 전 대표는 베인앤드컴퍼니에 있던 2019년에 정 부회장이 직접 공을 들여 영입했습니다. 

정 부회장의 신임을 얻으며 임기가 아직 2년 반이나 남아있는데 이번에 교체된 배경은 역시 실적 부진입니다. 

[앵커] 

이마트 상황이 지금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이마트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2021년에 3천억 원대에서 지난해 1천억 원대로 절반 넘게 급감했고, 올해 2분기에는 500억 원대 적자를 냈습니다. 

쓱닷컴과 G마켓 역시 2분기에 각각 100억 원대 손실을 봤는데, 특히 G마켓은 2021년에 무려 4조 원을 들여 인수했는데 실적도 안 좋고, 막대한 인수 비용이 이마트의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앞서 본 대로 이명희 회장이 안정과 관리로 신세계를 유통 명가로 만들었다면 정 부회장은 달라진 유통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삐에로쇼핑과 제주소주 등의 신사업은 짧게는 2년 길어야 5년 만에 철수하며 실패했고, 최근 2년 사이 통 큰 투자를 거듭했는데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못 내면서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도 받습니다. 

G마켓을 비롯해 스타벅스(SCK컴퍼니) 지분 취득에 5천억 원, 야구단 인수에 1천억 원, 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3개 와이너리를 사들이며 3천억 원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습니다. 

[앵커] 

G마켓은 이커머스 성장에 대응하려고 샀을 텐데, 상황이 녹록지 않죠? 

[기자] 

유통업계에선 그동안 시장 순위를 일컬어 '이마롯쿠'라고 불러왔는데 이제는 '쿠이마롯'으로 바뀌었습니다. 

쿠팡, 이마트, 롯데 순이라는 건데, 올해 상반기 매출규모에서 이마트는 쿠팡에 업계 1위를 내줬습니다. 

쿠팡은 빠른 배송과 멤버십 회원에 확실한 차별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급성장하고 있는데요. 

신세계나 롯데 같은 전통 유통 강자들도 배송을 강화하고 모바일 개편 등 대응하고 있긴 하지만 그 속도가 쿠팡을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신세계는 지난 6월에 계열사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를 야심 차게 출범시켰는데, 이미 쿠팡에 뺏긴 이커머스 주도권을 되찾아 올진 미지수입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거시경제 환경이 소비심리를 제약하고 있는 데다 유통업계 경쟁 강도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서 이마트의 실적 회복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인사로 전열을 재정비한 신세계 그룹은 이명희 회장의 소신인 '안정과 관리'라는 경영 키워드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2000년대 신세계를 국내 1위 대형마트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철의여인' 이명희 회장의 결단이 20년 뒤인 지금 '신의 한 수'가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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