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진돗개 순종 찾아 사흘간 진도로…故 이건희 '동물 사랑' 재조명

SBS Biz 배진솔
입력2023.09.20 14:43
수정2023.09.20 15:23

[고 이건희 회장과 리트리버. (사진=삼성전자)]

"세계견종협회에서 진돗개의 원산지가 한국임을 증명해 주지 않았다. 확실한 순종(純種)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사실을 알고는 곧바로 진도에 가서 사흘을 머물며 장터에도 가고 순종이 있다는 이집 저집을 찾아 30마리를 사왔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시각장애인에게 빛을 선물해 준 삼성 안내견사업이 30주년을 맞으며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동물 사랑'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생전 자택에서 200마리의 개를 키울 정도로 애견가였던 이건희 선대회장의 동물 사랑이 진돗개(진도개) 순종 보존과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 이미지 개선 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2005년 크러프츠 도그쇼 진돗개 전시 (사진=삼성전자)]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선대회장은 1960년대 말 진도를 찾아 거의 멸종 단계였던 진돗개 30마리를 구입했습니다.

당시 진돗개는 한국에서는 천연기념물 53호(명칭 진도개)로 지정됐음에도, 확실한 순종이 없다는 이유로 우수성이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것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간 여러 종류의 개를 키워보며 진돗개를 세계 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 이 선대회장은 순종 진돗개 보존에 직접 뛰어들었습니다.

이 선대회장은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사육사와 하루 종일 같이 연구하고, 외국의 전문가를 수소문해서 조언을 받아가며 순종을 만들어내려고 애썼다"며 "처음 들여온 30마리가 150마리로 늘어날 때쯤 순종 한 쌍이 탄생했다"고 말했습니다.

10여 년 노력 끝에 순종 한 쌍을 만들어냈고, 진돗개 300마리를 키우며 순종률을 80%까지 올려놓았습니다.

1975년에는 진돗개 애호협회를 설립, 초대 회장에 취임하며 진돗개 경연대회를 열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대형 냉장고를 1위 경품으로 내걸었습니다.
 

진돗개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활동에도 직접 나섰습니다.

이 선대회장은 1979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견종종합전시대회'에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직접 가져가서 선보였고, 이를 계기로 진돗개는 1982년 '세계견종협회'에 원산지를 등록할 수 있었습니다.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애견 협회인 영국 견종협회 켄넬클럽에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심사 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켄넬클럽은 당시 진돗개를 세계 197번째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며 '품종 및 혈통 보호가 잘 된 견종'으로 평가했습니다.

이 선대회장의 진돗개에 대한 관심이 애견 사업으로 확장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둔 무렵이었습니다.

올림픽을 전후로 한국에 관심이 집중되며 국제 사회에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했습니다.

세계동물보호협회(WSPA)와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은 항의 시위를 계획하고 한국 상품 불매운동 광고를 게재하면서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비판했습니다.

이 선대회장은 이 같은 인식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IFAW 임원진을 서울로 초청해 애완견 연구센터와 안내견학교 신축 현장 등을 견학시키며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이 선대회장은 "외국인이 한국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킴으로써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죄 없는 동심들이 상처를 입지 않게 하며, 부수적으로 관련 사업을 활성화해 경제 성장에 일익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제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삼성 안내견 30주년 행사에 참석한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회장님(이건희 선대회장)이 봤으면 더 좋아했을 것"이라며 "(이 선대회장이) 생전에 굉장히 노력했고 지원에 대해 정말 관심이 많았던 부분이라 지금 30주년이 굉장히 감명 깊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배진솔다른기사
삼성전자,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주주가치 제고"
현대차 노조·사장단 '세대교체'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