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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가 부담하는 '국세 카드납 수수료'…정부는 여전히 '난색'

SBS Biz 류정현
입력2023.09.19 15:05
수정2023.09.19 17:39


소득세, 상속세, 증여세나 부가가치세 등은 국세에 해당합니다. 이 국세는 납세자의 편의를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낼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이전보다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을 덜 받고 원할 때 세금을 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국세를 카드로 납부할 때는 일정 수준의 카드 수수료도 함께 내야 합니다. 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카드 수수료를 납세자가 부담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입 1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방세는 수수료 면제…국세는 왜 안 되나요?
국세를 카드로 납부하면 온라인이나 은행 ATM 기기 등을 통해 1년 365일, 늦은 시간까지 편리하게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일시적으로 자금 사정이 나빠져 당장 세금 납부가 힘든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통해 세금을 내면서 체납을 면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국세 카드납부는 매년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납부된 국세는 모두 21조6천675억원입니다. 1년 전 같은 기간 16조3천672억원보다 약 32% 늘어난 수치입니다. 4년 전 11조4천534억원과 비교했을 때도 10조원 넘게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국세를 카드로 낼 경우 카드사에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략 0.5~0.8% 정도의 수수료를 납세자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국세 카드납부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카드사가 챙기는 수수료 수익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세 카드납 수수료 규모는 1천662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1천256억원)보다 32% 늘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카드사가 얻은 국세 카드납 수수료는 총 4천870억원에 달합니다.
 

이를 두고 납세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국가에 세금을 내는 건 의무인데 이를 이행하면서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는 겁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가게에서 구매할 때 카드 수수료는 소비자가 아닌 가맹점이 부담하는데 마찬가지로 납세자가 이를 부담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국세 카드납 수수료를 납세자가 부담하는 게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에 따르면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이 소비자를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됩니다. 수수료를 신용카드 소비자가 부담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함께 있습니다.

지방세의 경우 납세자가 수수료를 내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납세자들이 낸 세금을 신용카드가 일정 기간 동안 운용하도록 허용해 수수료 수익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세도 비슷한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지방세는 국세와 달라"…제도 개선까지는 현실적 어려움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제도를 바꾸는 데에 난색을 보입니다. 국회에서도 이런 내용을 담은 여러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속도가 붙지 않는 이유입니다.

우선 국세 카드납부 수수료를 정부가 부담하는 것은 자칫 전체 국민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기재부는 카드 수수료를 국가가 부담할 경우 현금 납부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세금 규모가 큰 대기업이나 고소득자가 보는 수수료 면제 혜택도 커진다는 입장입니다.

기재부는 지방세처럼 카드사가 이를 운용하게 두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세의 경우 지방세보다 규모가 훨씬 커 마땅한 운용처가 없습니다. 여기에 국고금 수납 지연과 국고금 수납·출납 불일치로 인한 일시적인 차입비용도 발생합니다.

다만 적어도 영세 자영업자나 취약계층 등 일부 계층을 대상으로라도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입금액이 일정 규모 이하인 납세자가 카드로 국세를 납부하면 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납세자의 부담을 경감하고 지방세와의 형평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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