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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제 대출' 했다가 한순간에 신용불량자로…추석 앞 '핸드폰깡' 활개 주의 [뉴스'까'페]

SBS Biz 오서영
입력2023.09.18 13:08
수정2023.09.19 10:40

[자료=김성주의원실]
 
올해 들어 서민들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급전 창구가 막히면서 이른바 '내구제 대출'로 불리는 불법사금융 피해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 급전 수요가 늘면서 불법사금융 피해 우려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내구제대출 피해상담신고 건수는 71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이 올해 상반기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들어 상담신고 건수가 급증하며 불법사금융이 기승을 부리는 모습입니다.

급하더라도 범죄 연루될 수 있는 '불법 급전'은 피해야
오늘(1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집계된 내구제대출 상담신고 건수는 44건으로 전년 대비 5배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앞서 4년간 집계된 건수를 합친 것보다도 62.9% 불어난 수준입니다.

이른바 '휴대폰깡'으로 불리는 내구제대출은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제3자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현금을 받는 행위를 뜻합니다.

금감원은 소비자들이 내구제대출을 대출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지만, 명백한 위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 불법사금융팀 관계자는 "내구제대출, 휴대폰깡이라고 하면서 자금을 융통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처럼 번듯한 이름으로 쓰이지만, 사실 그 자체가 법 위반 행위이고 그 이후 상당히 과다한 금전적인 피해와 범죄를 확산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신요금 등으로 과도한 금액을 납부하게 될 뿐 아니라 이렇게 넘긴 휴대전화는 대포폰으로 악용될 수 있으며, 휴대전화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처벌됩니다.

대출을 내주는 업체뿐 아니라 대출받는 차주도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집계되는 신고 건수 자체도 미미합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피해자는 많으나, 본인 책임이 있으니 사건이 수면 위로 잘 올라오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피해자 A씨는 포털 검색을 하던 중 만나게 된 '폰테크(휴대전화 대출)' 업체의 휴대전화를 개통해야 대출 심사가 가능하다는 말을 믿고 휴대전화 2대를 개통하여 제공하고 현금 200만 원을 지급받았습니다. 이후 이 업체와는 연락 두절됐고, A씨는 통신요금 581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는 통신사의 연락을 받아 통신요금 연체로 인한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됐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인터넷상에서 접한 '선불유심 내구제' 업자에게 신분증을 보내주고 10만 원을 받았습니다. 몇 달 후 B씨 명의로 개통된 대포폰이 10여 개라는 경찰 연락을 받은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약식 기소되어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나를 구제하는 대출'이라는 이름으로 쓰이지만, 결국 이런 방식으로 소액을 대출받을 경우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대포폰 범죄에 연루되는 피해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성주 의원은 "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의 경우 제도권 내에서 자금 조달이 안 되니까 불법사금융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불법적인 일에 휘말려 더 큰 피해가 생긴다"면서 "은행도 대출 빨간불이 켜지니까 규제하는 쪽으로 가는데,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중저신용자나 사회초년생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권 금융 내에서 긴급대출, 소액 대출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금융당국이나 사법당국은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각지대를 잘 들여다보고 신속한 구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햇살론 너마저…줄줄이 막히는 서민 전용 급전 창구

현재 대표적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뱅크, 근로자햇살론과 같은 상품은 오히려 한도가 줄고, 정작 등록 업체는 제재가 심해 불법 업체가 더 활개를 친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올해 들어 서민금융진흥원은 예산에 맞춰 햇살론 상품의 공급 한도를 일부 축소 조정한 바 있습니다.

지난 5월 '근로자햇살론' 한도가 최대 800만 원까지 줄어든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햇살론뱅크'의 1인당 최소 보증 한도가 평균 1천만 원에서 7백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여기에다 추가 한도까지 지난달 정상화되면서 서민들의 급전 한도는 더 막히게 됐습니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햇살론뱅크' 올해 7월 말 기준 공급 실적 중 전북은행 공급 규모가 5천631억 원으로 64.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국민은행(24억 원·0.3%), 신한은행(21억 원·0.2%), 하나은행(18억 원·0.2%), 우리은행(15억 원·0.2%), 농협은행(18억 원·0.2%) 등 5대 은행 공급 실적은 모두 합쳐도 1%를 겨우 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앞서 지난 3월 금융지주 회장단을 만나 책임경영을 당부하며 "연 수백 퍼센트 금리의 불법사금융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에 대해서도 금융권의 소극적인 참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서민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최저신용자특례보증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 창구는 광주은행과 전북은행, 웰컴저축은행, DB저축은행뿐입니다.

햇살론15를 거절당한 이용자들을 지원하는 최저신용자특례보증까지 공급이 부진해지자 갈 곳 없는 서민들이 결국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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