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정 각종 지시내려"
SBS Biz 정윤형
입력2023.09.15 04:00
수정2023.09.15 06:27
미국 최대 석유메이저 엑손모빌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각종 과학적 연구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을 부추기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14일 엑손모빌 경영진이 기후변화를 부정하기 위해 10년 넘게 각종 지시를 내린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엑손모빌은 지난 2006년 화석연료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된다는 과학적 연구를 처음으로 인정하고, 이후 대외적으로 기후변화 방지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렉스 틸러슨은 화석연료가 배출하는 탄소가 지구의 기온을 상승시킨다는 여론의 인식을 뒤집기 위해 집요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틸러슨 전 CEO는 지난 2012년 유명 연구단체가 '탄소 배출량이 저감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엑손모빌 소속 과학자들에게 "그 단체에 접촉해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북극해의 화석연료 개발이 빙하가 녹는 속도를 빠르게 하고, 북극 지역의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여론이 확산하자 기후변화에서 북극 문제가 거론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엑손모빌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인류가 화석연료 사용을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는 인식 대신 '기술 발전을 통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여론 확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틸러슨 전 CEO는 2009년 연설에서 "화석연료와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엑손모빌은 대외 홍보를 위해 지난 2008년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연구단체에 대한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물밑에서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단체를 꾸준히 지원했습니다.
틸러슨 전 CEO가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무장관에 임명돼 회사를 떠난 뒤 후임자가 된 대런 우즈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WSJ의 지적입니다.
우즈 CEO는 취임 직후 해상 풍력발전 등을 언급하면서 재생에너지 개발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아직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엑손모빌은 탄소 포집과 바이오 연료 개발 등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으며, 세계 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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