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앵커]

까스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에서 또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요근래 동화약품이 회삿돈으로 1억 원 넘는 티셔츠 등 옷을 대량으로 구입했는데요.

제약사가 이렇게나 많은 옷이 왜 필요할까 해서 살펴보니, 구입처가 다름 아닌 오너일가가 운영하는 쇼핑몰이었습니다.

동화약품은 5년 동안 이 오너 쇼핑몰에서 비싼 단체티 등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또는 배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규준 기자, 우선 동화약품이 대량으로 옷을 구입한 쇼핑몰부터 알아보죠.

[기자]

쿠메라는 쇼핑몰입니다.

주로 여성들 옷을 팔고요.

가격대는 가장 저렴한 티셔츠가 8만 9천 원, 가장 비싼 옷은 50만~60만 원 정도 합니다.

쿠메 대표는 동화약품 오너 4세인 윤인호 부사장의 아내 A씨입니다.

동화약품은 오너 아내 쇼핑몰에서 올 상반기에만 1억 548만 원의 의류 등을 구입했습니다.

이에 대해 동화약품은 체육대회용 단체티를 샀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그게 문제가 되나요?

[기자]

거래 조건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45조(1항 9호)는 특수관계인과 상품 등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특수관계인 등을 매개로 거래하는 것을 부당 지원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동화약품에는 불리하지만, 구매에는 얼마나 유리하게 거래가 이뤄졌는지가 중요한데요.

공시 내용을 보면 동화약품이 쿠메에 지급한 옷 가격은 총 1억 548만 원.

이걸 전사원 803명(6월 기준)으로 나누면, 옷 1개당 가격은 최대 13만 원 정도입니다.

일반 대량 구입 티셔츠가 1개당 3만 원 내외라고 하면, 최대 4배 이상 많은 돈을 주고 샀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안주영 / 변호사(법무법인 안팍) : (티셔츠를) 적정 가격이 아니고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한 것이라거나… 회사가 원치 않는 손해를 끼친 것으로 봐서 배임이 성립할 여지가 생깁니다.]

이에 대해 동화약품은 "쿠메에 지급한 금액은 티셔츠와 경품 가격 등을 합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구입한 티셔츠 금액은 밝힐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앵커]

쿠메에 대한 부당 지원으로 볼 수 있는 단서가 또 있을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동화약품의 대량 구매가 쿠메 매출과 경영 상황에 얼마나 결정적인 도움을 줬는지에 주목합니다.

이 부분이 부당 지원의 상당성을 판단하는 핵심이라는 겁니다.

[김성진 / 변호사(법무법인 지음) : (쿠메가) 매출액만큼의 영업이익도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서 사실 되게 손해를 크게 보고 있는 회사입니다. 의류를 대규모로 구매해서 쿠메의 경영상 어려움을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했다면) 부당한 지원 행위로 포섭될 여지가 보입니다.] 

집계 시기가 다르긴 하지만 최근 3년간(2019~2021년) 쿠메 매출과 이번 동화약품과 거래한 1억 원 매출을 단순 비교해 보면요.

거래 비중이 적게는 27%(21년), 많게는 67%(20년)를 차지합니다.

특히나 쿠메는 2년 연속 영업 적자,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회사 사정이 좋지는 않습니다.

동화약품의 지원이 적잖은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쿠메는 남편인 윤인호 부사장이 지배하는 지주사 '디더블유피홀딩스'로부터 작년에 8억 원 자금 지원도 받았습니다.

[앵커]

이런 걸 감시하는 게 공정거래위원회 역할 아닌가요?

뭐라고 하나요?

[기자]

공정위 담당 부서인 '부당지원감시과'에 물어봤는데요.

거래 가격만 따져보면, 쿠메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됐을 수는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동화약품의 이번 지원으로, 의류 관련 시장의 공정거래가 함께 저해됐는지도 함께 판단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상대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오너 소유의 중견기업은 법망에서 멀어져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그런데 동화약품 해명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요?

[기자]

동화약품은 쿠메에서 '체육대회용 단체 티셔츠'를 구입했다고 말합니다.

확인 결과 동화약품은 아직 체육대회를 하지 않았고, 언제 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아직은 체육대회 유보 상태인데, 할 줄 알고 선급금 개념으로 쿠메에 돈을 지급했다"고 했습니다.

동화약품이 쿠메와 거래를 시작한 건 2018년입니다.

이때부터 동화약품은 체육대회 등 사내 행사를 할 때 단체 티셔츠 등을 쿠메에서 구입했습니다.

코로나19로 체육대회를 안 했던 최근 몇 년간은, 우수직원 선물 등으로 쿠메에서 옷 등을 구매했습니다.

[앵커]

내부거래가 많으면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 부분은 어떤가요?

[기자]

큰 틀에서 내부거래가 30~50%를 초과하면 지원을 받은 기업의 최대주주는 증여세를 내야 합니다.

쿠메는 영업 적자 상태라 증여세 과세 요건에 해당되지 않고요.

동화약품과의 거래 비중이 64%를 차지하는 '동화지앤피'는 증여세 대상이고, 이 경우 최대주주 오너인 윤인호 부사장이 증여세를 내야 합니다.

증여세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 관련 동화약품은 "올해 증여세를 일부 냈고, 내부거래는 지속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 2월 기업이 회사나 주주보다 총수일가 이익을 먼저 챙기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른바 '사익편취 금지제도'가 도입됐는데요.

규제망이 느슨한 중견 이하 기업들에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입니다.

[앵커] 

박규준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