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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9 판매 '뚝' 무슨 일?…그 많던 사전계약자 어디로?

SBS Biz 문세영
입력2023.09.07 09:38
수정2023.09.07 16:18

[기아 EV9. (사진=기아)]

기아의 '플래그십(주력)' 모델 꼽히던 EV9이 출시 3개월 만에 국내 시장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이달 1일에 발표한 8월 판매 실적 자료를 통해 EV9이 해당 기간 국내에서 408대를 팔았다고 밝혔습니다.

EV9은 공식 출시 첫 달인 6월 국내에서 1천334대가 팔렸고, 7월에는 1천251대가 판매됐습니다.

8월 국내 판매는 408대로, 지난 7월 대비 67% 넘게 하락한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EV9이 '신차 효과'를 받지 못하고 초기 판매가 부진한 데는 높은 가격, 초기 품질 이슈 및 줄어든 전기차 인기 등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점점 싸지는데…너무 비싼 EV9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EV9이 굉장히 고가 차량이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저항선이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성비 부분을 따지는데, EV9가 제네시스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도 아니고 가격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V9은 국내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SUV)로 트림별 가격이 7천337만~8천169만원에 책정됐습니다. 최고가 트림에 여러 옵션을 더하면 가격이 1억원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실구매 가격은 6천~7천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제조사들이 빠르게 가격을 낮추면서 6천~7천만원은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으로 여겨집니다.

테슬라는 지난달 국내에 기존보다 2천만원 저렴해 일명 '반값 전기차'로 불리는 '중국산 모델Y'를 들여왔습니다. 이 차량의 경우 보조금을 받으면 4천만원 중반대까지 가격이 인하되게 됩니다.

또, '프리미엄 전기차'를 판매하는 벤츠, BMW, 아우디 등도 전기차를 2천만원가량 할인해 판매하고 있어 EV9이 설 자리가 더욱 애매해진 것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벤츠 전기차 EQS 450 4매틱 SUV는 출고가가 1억5천41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약 10% 할인해 1억 3천869만원까지 내려왔습니다. BMW iX3 M 스포츠도 1천670만원을 할인해주고 있고, 아우디 이-트론(e-tron) 스포츠백 55 콰트로도 2천200만원가량 할인된 1억95만원에 판매 중입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벤츠나 BMW가 전기차를 거의 2억원에 가까운 비싼 값에 내놨는데도 잘 팔렸고, 지금은 가격이 더 싸졌다"며, "이번 EV9의 판매가 부진한 걸 보면 아직 현대기아차가 프리미엄급 브랜드로 인정받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걸 방증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품질 이슈에 전기차 인기도 ↓
출시 초반 품질에 대한 이슈가 불거진 것도 판매 부진의 이유로 꼽힙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EV9은 지난달 충전 제어 오류, 충전 제어 오류, 변속 제어장치 P단 인식 오류, 램프 제어장치 신호 처리 오류, 자동차 제어장치 내 진단 데이터 누락 등이 발견돼 무상수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EV9이) 중간에 운행하다가 시동이 꺼진다든지 수차례 리콜과 무상 수리 사례들이 나오면서 처음 출범할 때 점수를 깎은 것"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국내 전기차 시장 인기도 많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지난달 EV6의 판매량은 948대를 기록했습니다. 월평균 2천500여 대에 이르던 3~5월에 비해 판매량이 급감한 것입니다.

현대차의 8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도 3천476대로, 지난해보다 30% 감소했습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5천852대를 팔아 전년 동기보다 8.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5만~6만 달러의 중저가 전기차를 많이 팔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수익이 많이 나는 고가의 전기차를 공략할 필요는 있지만, 아직 시장이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며, "저가형 전기차에 좀 더 신경을 쓸 타이밍인 것 같다"고 봤습니다.

한편, 기아는 경형 전기차 '레이EV' 사전계약에 들어갔는데, 가격은 2천775만원으로 보조금을 적용하면 2천만원 초반대 가격이 예상됩니다. 또, EV9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EV5를 중국에서 최근 공개했는데, 중국 현지에서 15만9천800위안, 우리 돈 약 2천900만원에 판매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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