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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 몰아주기 논란…'동생' 기아의 자신감? '형님' 현대차의 견제구?

SBS Biz 신성우
입력2023.08.18 11:33
수정2023.08.18 17:17

[커뮤니티 캡처]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나란히 대표 중형 SUV 신형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지난 14일, 현대차는 4세대 출시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풀 체인지 모델 '디 올 뉴 싼타페'를 출시했습니다. 기아는 어제(17일) 쏘렌토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쏘렌토'를 출시했습니다.

두 회사는 분명 완성차 시장에서 경쟁 관계지만 같은 그룹 내에 있는 '형제 회사'입니다.

형제간 소비자를 뺏길 우려가 있음에도 동시에 신형을 출시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특히, 타겟층이 다른 차량도 아닌 중형 SUV를 동시에 내놓았습니다.

신형 싼타페와 쏘렌토 모두 연 7만대 판매를 목표로 설정한 것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이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페이스리프트임에도 불구하고 풀체인지한 싼타페 대비 쏘렌토의 옵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잇따릅니다.

비슷한 중형 SUV가 동시에 출시된 상황에서 가격 조건에 차이가 나니, 현대차그룹이 이번에 '싼타페' 몰아주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쏟아집니다.

엔트리 트림 삭제…옵션 가격은 '풀 체인지'보다 비싸
[자료=현대자동차]

이번 '더 뉴 쏘렌토'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엔트리 트림이었던 '트렌디' 트림의 삭제입니다.

2.5 가솔린 터보와 2.2 디젤의 경우 '트렌디', '프레스티지', '노블레스', '시그니처', '그래비티' 총 5개 트림으로 판매됐던 기존 모델과 달리 이번에는 트렌디 트림을 제외한 4개 트림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로 인해 쏘렌토의 가장 낮은 트림 가격이 3천24만원에서 3천506만원으로 올라갔습니다. 쏘렌토 진입 장벽이 500만원 가까이 높아진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솔린 모델 기준 쏘렌토 최상위 트림의 기본 가격은 4천193만원, 싼타페는 4천373만원입니다.

싼타페의 기본 가격이 200만원 가까이 비싸지만, 풀옵션을 기준으로 하면 쏘렌토 4천742만원, 싼타페 4천729만원으로 역전됩니다.
 
[더 뉴 쏘렌토 옵션표]

하이브리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기본 가격은 4천598만원,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4천764만원입니다.

여기에 옵션을 추가하면 쏘렌토가 5천147만원, 싼타페는 5천120만원이 됩니다.

쏘렌토를 향해 '옵션으로 장사한다', '싼타페와 비교해 옵션이 너무 차이난다' 등 불만이 빗발치는 이유입니다.

같은 그룹 내 형님과 동생의 중형 SUV 맞대결에서 현대차가 초반 기선을 잡는 분위기입니다.

'형님과 맞붙어도 이긴다'…원조 SUV '맛집' 기아의 자신감
[사진=기아 제공]

몰아주기 논란까지 나올 만큼 가격 조건에서 차이가 나는 배경에는 기아의 자신감이 깔렸을 수도 있습니다.

쏘렌토는 꾸준히 중형 SUV 시장에서 1위를 수성해 왔습니다. 싼타페보다도 크게 앞서왔습니다.

올해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싼타페는 1만6천561대가 판매됐는데, 쏘렌토는 3만6천대가 넘게 판매됐습니다.

지난해에도 싼타페 약 2만8천대, 쏘렌토 약 6만8천대로 2배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이번 싼타페의 '직사각형' 디자인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기아가 노려볼 법한 부분입니다.

페이스리프트임에도 풀 체인지보다 옵션 가격을 올린 것은 동시에 맞붙어도 '형님'의 싼타페를 이길 수 있다는 기아의 자신감입니다.

무서운 기아의 질주…중형 SUV 승자는 누구?

기세로 밀어붙이는 기아와 달리 '형님' 현대차는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룹 내에서 현대차가 형님, 기아가 동생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그 격차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394만대, 290만대의 판매를 기록했습니다. 적지 않은 격차지만 2021년 대비 판매 증가율에서 기아가 4.6%, 현대차가 1.4%를 기록하며 동생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올해 1월 현대차그룹이 1년 간의 판매 목표를 제시할 때 현대차는 전년 대비 낮춘 반면, 기아는 5만대 가량 목표를 높인 바도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기아의 판매 증가율은 11%, 현대차는 10.8%로 비슷하지만 기아가 앞서고 있습니다.

동생으로만 여겨졌던 기아의 가파른 상승세에 이번에 맞붙은 중형 SUV 시장은 기아의 '본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부터 전기차 수요 감소, 테슬라의 가격 압박 등 완성차 업체들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상황에서 현대차는 동생을 이기기 위해 시장의 예상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싼타페를 내놓았습니다.

기아의 질주가 계속될지, 현대차가 형님의 위상을 지킬 수 있을지, 이번 중형 SUV 경쟁에서 어느 정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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